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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스토리
‘직업 시장’에서 전문직의 주가는 늘 평균을 상회한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을 시기에는 매번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무엇보다 해고의 걱정이 덜하다는 점, 설령 직장을 잃는다 해도 자신만의 사업을 비교적 순탄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전문직종의 매력이다. 멋 부리지 않고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전문직은 가장의 책무를 다하게 도와주는 일종의 보증수표 같은 존재다. 일반 직장인의 자리가 얼마나 위태위태한지를 그 동안의 학습효과를 통해 터득한 사람일수록 전문직을 갈망하는 농도가 더욱 짙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그 갈망을 현실화하지 못했을 경우, 자녀에게 꿈을 대물려 주기도 한다. 뿌리가 깊지 못한, 그래서 직장잡기가 버거운 이민사회에서 이런 현상을 목격하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다. 뿌..
주변을 둘러보면 공부 꽤나 한다는 한인 학생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내로라하는 명문대학에 입학한 학생도 흔하다. 그런데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두고서도 일부 어른들은 걱정이 많다.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학생 수는 분명 눈에 띄게 늘었지만, 그 동안 기울인 노력에 걸맞는 종착지에 안착한 2세대들의 숫자는 기대치를 밑돌기 때문이다. 삶을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는 이분법적 발상은 분명 유치한 구석이 있다 해도, ‘학벌’ 대비 버젓한 직장을 잡지 못하는 한인 2세대가 적지 않다는 것은 분명 걱정거리다. 이민자 봉사단체의 한 상담가는 “부모들이 공부만 강조하다 보니 정작 이 사회가 요구하는, 그러니까 직장을 잡기 위해 꼭 필요한 ‘스펙 쌓기’에는 소홀히 하는 경향..
햄버거는 사소한 음식이다. 햄버거 입장에선 좀 안쓰럽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패스트푸드점 계산대에서 후다닥 주문을 마치고 나면, 곧이어 달작지근한 탄산음료와 함께 등장하는 햄버거. 자신을 담은 그릇도 없이 쟁반 위에 우두커니 서 있는 이 음식을 요리라고 부르기엔 다소 민망하다. 토마토, 치즈 등으로 분장해 봤자 격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다. “오늘 점심으로 뭐 드셨어요?”라는 질문에, 패스트푸드점을 다녀온 사람들은 대개 “좀 바쁜 일이 있어서 그냥 햄버거로 대충 때웠어요.”라고 답하기 일쑤다. 먹었다는 말보다 때웠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음식, 그게 바로 햄버거다. “버거는 버거일 뿐, 뭐 다를 게 있나?” 스카이트레인 메인스트리트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햄버거 가게 ‘투다인포이터리’(To din..
미지의 길에 발을 들여놓기란 언뜻 봐도 무척 버겁게 느껴진다. 길을 개척한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경우에는, 스스로 자신 인생의 가이드가 될 수밖에 없다. 수의사 김정래씨도 외롭게 미지의 길 위에 서 있었으며, 지금은 목적지까지 잘 달려 왔다. 적어도 밴쿠버 한인사회에서 수의사는 무척 생소한 직업이다. 사실이 그렇다. 더듬이를 세워 보았지만 한국말을 구사하는 동물병원 원장은 그 동안 단 한 차례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에서 수의사로 활동하다 이민 후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은 더러 있긴 했어도, 한인 동물병원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였다. 그 미지의 길을 개척한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어반(Urban)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래 원장이다. 언어 장벽 없이 수의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 ..
2002년 11월 이윤경씨는 홀로 캐나다행 비행기에 올랐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떠나는, 그래서 더욱 힘겹고 외로운 선택이었다. 한국의 한 대형은행에서 VIP 고객을 전담 관리했던 그녀에겐 달콤한 미래도 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이윤경씨에게 미래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디론가 떠나야만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를 흔든 것은 할머니의 죽음이었다. “어린시절부터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서 그런지 서로간의 정이 애틋했죠. 그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까 도저히 마음을 추스릴 수 없었어요.”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6년 전부터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쇠약했다. 낙상사고로 몸져 누워있는 할머니를 손녀는 정성스레 간호했다. 그 시간을 보내면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노인복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캐나다 취업시장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다. 특히 이민자들에겐 더욱 그렇다. 고학력자도 예외는 아니다. 구직자들이 맞붙는 링에서는 누구나 치열한 싸움을 피할 수 없다. 안정적 생활을 위해서는 통쾌한 KO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판정승 정도 하나는 꼭 필요하다. 승리를 위해 구직자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것이 ‘싸움의 기술’이다. 회계사 백기욱씨는 구직 희망자들, 특히 회계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싸움의 기술을 전수해준다. “95년에 UBC(커머스 과정) 대학원으로 유학 왔다가 이민까지 하게 됐어요. 큰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밴쿠버에서의 삶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취직이 덜컥 되는 것은 아니다. 졸업 후에는 이력서를 보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반복된다. “캐나다 취..
낯선 길을 운전할 때, 성능 좋은 네비게이션은 훌륭한 조력자가 된다.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면, 초행길도 익숙해진다. 생소한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예비 창업자에게도 네비게이션 같은 존재는 절실하다. 14년간 세탁업에 종사하고 있는 손병헌씨도, 비즈니스라는 전쟁터에 첫 발을 내딛고자 하는 이들에겐 늠름한 길 안내자가 되어줄 수 있는 한 명이다. 손씨는 현재 재향군인회 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73년 밴쿠버로 이민 온 손병헌씨에게도 ‘첫 시작’은 있었다. 정보나 자금력 모두 부족하던 때였다. 그 역시 백지에서 출발했다. 그 백지에 자신만의 지도를 새기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엔 버섯농장에서 일했고, 기계제작소에도 다녔습니다. 저만의 사업을 시작한 건 나중 일이었어요. 80년, 캘거..
천혜의 자연경관과 훌륭한 교육제도, 그리고 저소득층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은 밴쿠버가 자랑하는 최대 매력이다. 이 부분에 반해 많은 이민자들이 밴쿠버를 동경하고 연애를 걸곤 한다. 하지만 연애기간이 길어질수록 한두 가지 다툼이 생겨나는 것도 사실. 갈등은 대부분 먹고사는 문제에서 비롯된다. 특히 ‘실탄’이 비교적 부족한 새 이민자들에게 이 문제는 은근슬쩍 넘어갈 수 없는 숙제이기도 하다. 이 숙제를 풀기 위해 백승화씨가 선택한 직장은 관리형 학원과 유학원이었다. “제 이민생활은 2006년 말에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2001년에 잠시 랜딩했는데, 결혼문제로 한국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거죠. 이민 후 처음에는 창업도 생각해 봤지만, 밴쿠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저한테는 취직이 더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결..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는 어디일까요? 뉴욕이나 홍콩이 우선 떠오르지만, 다국적 컨설팅업체 머서의 최근 발표 내용대로라면 정답은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입니다. 동 업체가 전세계 209개 도시의 주거, 교통, 식품, 의류, 가정용품 등 200개 이상 품목의 물가를 비교 분석한 결과지요. 머서의 ‘2017년 전세계 주요 도시 생활비 순위’에서 루안다 다음으로 물가가 비싼 도시는 홍콩, 도쿄, 취리히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5위였던 서울은 올해 6위를 기록했습니다. ‘서울살이’가 점점 팍팍해 진다는 그런 느낌이 드네요. 자, 그렇다면 캐나다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는 어디일까요?정답은 밴쿠버입니다. 머서 순위에서 밴쿠버는 전년 대비 37계단이나 올라간 107위로 조사됐습니다. 좀 낮아 보인다 싶을..
밴쿠버 주택 시장의 온도가 여전히 뜨겁습니다. 6월 들어서도 거래 열기는 그대로인 듯 보입니다. 5월 25일자로 시장에 나온 포트무디의 한 타운하우스는 얼마 전 호가인 99만8000달러보다 높은 104만달러에 팔렸습니다. 약 2200스퀘어피트, 방 네 개 짜리 타운하우스였는데, 매물로 등록된 지 한 달도 채 안 되서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된 거죠. 그것도 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는 건,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일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이 같은 상황이 계속해서 연출될 수 있을까요? 지난해 중순만 해도 집값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실제 같은 해 연말 주택 거래가 살짝 주춤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올 3월부터는 ‘폭주’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집값이 떨어지기는커녕 한 달, 아니 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