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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스토리
어렵사리 구입한 집이 알고 보니 거의 폐가 수준이라면? 집을 소개해 준 리얼터나 하자 확인의 책임이 있는 인스펙터에게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지난해 캘로나의 한 주택을 사들인 맥키논씨 부부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랍니다. "I feel completely deceived and I think we were flat out lied to." 위의 문장에서 flat out은 ‘철저하게’라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한마디로 ‘우린 완전히 속았다’라는 뜻이겠지요. 자, ‘속아서 ~을 하게 됐다’는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요? "They were tricked into buying an 'unlivable' house." ‘속이다’라는 뜻의 trick과 전치사 into가 조합을 이루었군요. 여기서 into는 ‘..
포트무디에 위치한 록키 포인트(Rocky Point) 공원은 메트로 밴쿠버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다. 햇살이 지금보다 뜨거워지고 본격적인 바베큐 시즌이 돌아오면, 고기 굽는 냄새가 공원 곳곳에 배곤 한다. 야외 수영장과 물놀이 시설 때문인지 유쾌한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소리도 흔하게 들릴 것이다. 한가로움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런 광경에 덜컥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서둘러 발길을 돌릴지도 모른다. 이 공원이 품은 산책로에 눈길 한번 돌리지 못한 채. “코를 간지럽히는 바다 내음에 살짝 취해 보시길” 록키 포인트 파크의 가장 예쁜 구석은 바다와 숲을 동시에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좀 까탈스럽게 트집을 잡자면 바닷 빛깔이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기에 다소 흐리멍텅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트집거..
입을 호강시키는 것을 일상의 의무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이번 주말 외식 메뉴로 중식을 선택할 생각이었다면, 다음의 리스트를 스크랩해 두자. 맛집 블로거들이 꼽은 올해 최고의 밴쿠버 중식당이 14일 발표됐다. “2015 차이니즈레스토랑어워드”를 통해서다. 미각의 민감도에 따라, 아니면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겠지만 한번쯤 탐방하고 싶은 곳들이 대부분이다. flickr/Ruocaled(cc) 최고의 허가우(Shrimp Dumpling), “유에 델리커시”(Yue Delicacy)딤섬으로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장악한 곳. 가격대 31달러에서 60달러로 비싼 편. 8077 Alexandra Rd, Richmond. (604) 233-1219 최고의 오향장육, “롱스누들하우스”(Long’s Noodle ..
핵의학(nuclear medicine)의 역사는, ‘다음백과’의 정의대로라면 지난 1935년에 이미 시작됐다. 어느새 팔순의 세월을 견딘 셈이지만, 많은 이들에게 이 학문은 생소하게, 그래서인지 뭔가 특별하게 느껴진다. 백과 사전을 좀 더 펼쳐봐도 ‘방사능동위원소’나 ‘섬광계수’ 같은, 일반인의 시각에선 인간계 언어와 외계어 경계 어딘가에 있을 단어들만 나열돼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핵의학은 친숙한 분야가 아니다. 핵의학 전문 인력을 만나는 일도, 적어도 이곳 밴쿠버에서는 대형 병원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의학은 전체 의료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요 부품 중 하나다. BC아동병원과 세인트폴병원 등에서 핵의학 테크놀로지스트(nuclear medicine technologist)로 일하고 있는..
30대 중반을 넘어선 그녀에게 어느 날 문득 주어진 질문.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아니라면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일까?” 대학 졸업 후 외국계 광고회사에서 일하게 됐고, 이후 10년 넘게 한길만을 질주하던 그녀였다. 브레이크가 걸리기 전까지 모든 게 좋았다, 광고 기획자로 불리는 삶과 그 일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전략을 세우고, 그래서 마침내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그런 일들에 많이 끌렸더랬죠. 방송에서, 신문에서, 그리고 잡지에서, 내가 만든 광고를 접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그때는 큰 재미였습니다.” 일본과 홍콩 지사 근무를 거친 그녀에게 회사는 국장이라는 직함을 내주었다. 이른바 커리어우먼으로서 화려한 이력을 보유하게 된 것. 그런데도 그녀는 여전히 흔들렸다. 앞에 언급한 질문에 ..
1995년 12월 24일, 서울 무교동 코오롱 빌딩에 자리 잡은 캐나다 대사관 안. 예술가 자격으로 캐나다 이민을 신청한 한 화가와 그의 아내, 그리고 1년 차이로 태어난 이들의 어린 두 딸이 영사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자 심사를 위해서다. 얼마나 지났을까. ‘들어오세요’라는 말에 남편이 먼저 일어섰다. 영사는 남은 셋에게도 손짓을 했다. 심사는 신청인만 받으면 되는 걸로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담당 영사는 유난히 키가 큰 여자였다. 이 낯선 얼굴은 화가가 제출한 포트폴리오를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저는 이 그림이 제일 좋은데요”라고 말했다. 자기네 땅에서 살아도 된다는 일종의 신호였다. 이젠 됐군,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갑자기 화가의 아내에게 질문이 주어졌다. “당신은 캐나다에 가면 무슨..
‘CN 캐나다 여자 오픈’의 막이 올랐다. 밴쿠버 그린의 정복자가 결정되는 것은 오는 26일이다. 청 야니, 스테이시 루이스, 크리스티 커 등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LPGA에서 막강 화력을 과시하고 있는 한국(계) 여전사들의 플레이도 만끽할 수 있다. 최나연, 박인비, 유소연, 미셸 위 등이 우승 사냥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능숙한 사냥꾼들 사이에서 유독 앳된 얼굴이 눈에 띈다. 주인공은 고보경양(영어명: 리디아 고)으로, 이번 골프 축제의 최연소 출전자다. 고양은 6세 때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에 정착했으며 현재 나이는 만 15세, 말 그대로 ‘소녀’다. 21일 코퀴틀람 한 한식당에서 고보경양을 만났다. 이날 자리는 밴쿠버 한인회가 마련했으며, 이용훈 회장..
그는 승려였다. 그것도 꽤나 유명한 승려였다. 성직자의 신분으로 세계 곳곳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덕분에 강단에까지 서게 됐지만, 이것만이 유명세의 배경은 아니었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대학…, 그곳 졸업장보다는 낡은 자전거 한 대가 세상이 그에게 신호를 보낸 이유였다. 그는 페달을 밟았고, 자전거는 거친 산맥과 사막을 통과했다. 때로는 내전 지역 한복판에 이 자전거가 서 있기도 했다. 당시의 경험은 (2001년, 마당넓은집), (2006년, 민음사) 등의 책을 통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렇게 “사막”과 “유라시아”를 견뎌냈던 그의 자전거가 얼마 전 대륙 너머 이곳 밴쿠버에까지 흘러 들어왔다. 그는 말했다. “지난 4년간 1년은 배낭여행으로, 나머지 3년은 자전거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낯선 땅에 정착한 이민자에게 성공은 무엇일까? 넓직한 마당을 과시하는 하우스와 그 앞에 주차되어 있는 고급 자동차가 성공의 첫 번째 모습이 될 수 있겠다. 반듯하게 자라나 부모의 자랑거리가 되어 준 자녀 역시 애써 살아온 날들에 대한 보답이 되기에 충분하다. 좀 소박하게 보자면 푹신푹신한 소파 위에 앉아 맥주 몇 잔과 함께 즐기는 하키 중계에서 성공의 의미를 찾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성공 혹은 그로 인한 행복감은 자로 잰듯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저마다의 정의는 오답을 가린다는 게 거의 무의미하다. 하지만 밴쿠버에서는 ‘성공이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한가지 조건을 대지 못하면 정답 처리가 좀 힘들 것 같다. ( )을 하지 않으면 이곳에서는 성공했다 말 할 수 없지, 라고 주장하는 사..
태양의 신(神)으로 유명한 아폴로, 혹은 아폴론은 실은 음악의 신이자 의술의 신이기도 했다. 음악의 신이 의사를 겸직했다는 것은 솔직히 화들짝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굳이 그리스·로마 신화 속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음악이 적지 않은 치유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는 주변에서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실연당한 청춘 남녀에게 있어 유행가는 때로는 벗들의 넋두리 같은 위로보다 더 큰 효력이 있다. ‘저 가수가 어떻게 내 마음을 고스란히 노래했지?’라고 감탄하는 사이, 실연당한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간다. 그렇고 그런 유행가가 누군가에게는 ‘새살’ 돋게 해주는 연고가 되어 주는 것이다. 성당이나 교회에서 흘러나오는 성가도 마찬가지다. 경우에 따라 이 노래들은 지친 영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