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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스토리
서쪽 방향 1번 고속도로를 타고 웨스트밴쿠버의 끝자락을 넘어서다 보면, 위슬러 쪽으로 뻗어있는 99번도로를 자연스레 대하게 된다. 이 길의 또 다른 명칭은 익히 알려진 “시투스카이웨이”. 이름 그대로 바다에서 하늘까지, 압도적인 풍경이 바로 눈앞에서 연출된다. 이쯤 되면 시투스카이, 라는 다소 과장된 작명을 기꺼이 수긍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오늘의 목적지는 시투스카이웨이 초입에서 약 50km 거리에 서 있는 섀논 폭포(Shannon Falls)다. 이 물줄기의 규모는 자신을 품은 숲의 웅장함과 비교하면 아담한 측에 속한다. 하지만 폭포를 배경으로 누구나 기념사진 찍기에 몰입하는 걸 보면, “와”라는 감탄사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은 아니다.산행코스와 공원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섀논 폭포..
1992년에 만들어진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주인공은? 우선 등장하는 이름은 말할 나위없이 브래드 피트겠지만, 20여 년 전 극장 간판에 대한 기억이 보다 선명한 몇몇 사람들은 물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노년의 낚시꾼을 맨 먼저 떠올릴지 모른다. 확실히 이 영화는 남자 배우의 풋풋함이나 반항기 뿐 아니라 낚시의 매력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온통 초록빛인 자연을 배경으로 낚시줄을 감거나 푸는 영화 속 인물들의 몸짓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런 황홀한 풍경이 현실에서 연출되는 곳이 바로 밴쿠버다. “무(無)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취미”밴쿠버는, 범위를 조금 더 넓혀 BC주는 적어도 낚시꾼들에게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곳처럼 보인다.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강과 호수가 코앞이고,..
밴쿠버에서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자전거를 타다 경찰에 적발되면, 과태료를 내는 것도 모자라 한 대 얻어맞을지도 모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어처구니없을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사건은 자전거를 타던 한 남성을 경찰이 멈춰 세우면서 시작합니다. 사람이나 자동차 따위를 ‘멈추게 하다’라고 할 때 가장 간편히 쓸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stop입니다. He was riding his bike without a helmet through Yaletown at about 10:45 p.m. when two officers stopped him. 고리타분한 문법 얘기를 한번 해볼까요? 윗 문장에서 stop은 타동사로 쓰였죠. 타동사는 ‘목적어가 무언가를 하게 하다’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
사람처럼 집들도 겨울에는 몸살을 앓기 쉽다. 평소 건강관리를 잘 해 온 사람이 잔병치레를 하지 않듯 주택도 무탈하게 장수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손길을 필요로 한다. 리차드 김씨는 주택의 장수를 돕는 ‘명의’로 손색이 없다. 한국에서 건축 전문가로 활동했던 그는 이민 후 부동산 중개사, 홈인스펙터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 왔다. 밴쿠버 올림픽 빌리지 공동 인스펙션에 참여한 것이 특히 눈에 띄는 이력이다. 이 주택관리 명의는 “관리만 제대로 해 주면 목조주택이 콘트리트 건물보다 평균수명이 훨씬 높다”고 강조한다. 리차드씨가 생각하는 목조주택의 수명은 100세 이상이다. 이제부터 그 장수비법을 하나둘씩 체크해 보자. “페인트칠, 외관이 예쁘면 집도 건강하다” 밴쿠버의 겨울은 햇빛과는 인연이 없다. 눈과 비오는 날의..
한 중년의 직장인이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으며, 다소 힘 빠지는 얘기를 풀어 놓는다. “휴대폰 사용지역을 분석했는데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10km를 벗어나지 않은 곳을 빙빙 돌아가며 산다더라.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집, 회사, 집, 회사···” 허영만이 만화 을 통해서 그려낸 이 시대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사실이 그렇다. 유목 생활을 청산하면서 인류는 한 공간에 갇혀 지내는 날이 많았다. 정착민들은 떠남을 습관처럼 동경하고 여행 광고에 눈독을 들이지만, 틀에 박힌 그 ‘10km’를 벗어나는 게 늘 쉽지 않다. 떠나고는 싶지만 그놈의 용기가, 시간이, 돈이 너무 부족하다는 게 한결 같은 하소연이다. 그래서 좀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약간의 용기, 약간의 시간, 약간의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
영화 ‘인사이더’, 혹시 기억하십니까? 알 파치노와 러셀 크로우의 열연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었죠. 이 영화는 담배의 해악을 고발하는 거대 담배회사 직원을 다루고 있습니다. 대기업 직원이 내부 비리를 들춰내는 것은 스크린 밖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얼마 전에는 샤(Shaw) 커뮤니케이션 전직 직원 두 명이 회사로부터 부당 대우를 받았다고 공영방송인 CBC를 통해 주장했습니다. 여기에서 ‘blow the whistle on’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요. 내부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고 고발할 때 주로 등장하는 숙어입니다. 내부고발자는 ‘whistle blower’라고 하죠. Two former Shaw Communications employees are blowing the whistle on how t..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나 아니면 술잔을 움켜쥐고 신나게 달린 다음날, 국물 요리가 땡기는 것은 자연스런 신체 반응으로 여겨진다. 이 같은 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국물 요리 중 하나로 베트남 쌀국수를 꼽을 수 있겠다. 물론 베트남 음식점의 분위기는 주당들의 요구에 부응해 온 해장국집의 그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베트남은 슬프게도 프랑스의 식민지였으며, 그 역사는 베트남 음식점에 여전히 녹아 있다. 베트남 음식점에서 맛난 커피나 샌드위치 등을 내놓는 것도 이 영향이 크다. 다운타운 하우가(Howe St.)에 위치한 베트남 음식점 “조에유카페앤레스토랑”(Joyeax Cafe & Restaurant)이 풍기는 아우라도 식도락가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음식은 차이가 있다. 쌀국수가 특히 그..
의료분야가 필요로 하는 인력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병원 속을 살짝 들여다 보면 의사나 간호사 이외에도 각양각색의 기술을 지닌 사람들이 한지붕 아래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이번 인터뷰에 얘기될 방사선사도 그 중 하나다. “시험 통과하면 한국의 자격증 인정받을 수 있어” 써리메모리얼병원에서 방사선사로 일하고 있는 배재현씨는 ‘준비된 이민자’로 분류될 수 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그의 머릿속에는 캐나다에서는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지 등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이민을 결심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그 길을, 당사자인 배재현씨와 함께 복기해 보았다. -밴쿠버와의 첫 인연은 언제였나요?한국에서도 방사선사로 일했는데, 야간 근무다 뭐다 해서 당시 일이 꽤 고됐어요. 그래서 머..
데이케어 교사가 되는 길은 꽤 만만해 보인다.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짧은 데다, 일자리 정보도 쉽게 접할 수 있어서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면 이런 생각이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마음 푹 놓고 이 직업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좀 무모한 구석이 있다. 정작 어려운 문제는 교사가 되기 전보다는 ‘선생님’이라고 불린 이후에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직업세계에 계속해서 탑승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자격증 뿐 아니라 몇 가지 패스가 더 필요하다. 현재 데이케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 최우정씨를 통해 이 직업의 속모습을 들여다 보았다. 최우정씨가 데이케어 교사-정식 명칭은 유아 교육자(Early Childhood Educator)-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10년 ..
처음 밴쿠버 땅을 밟았을 때만 해도, 취직부터 그 모든 것이 순조로울 거라 믿었다. 내가 가진 이력만 내밀어도, 상대방은 황송한 듯 ‘웰컴 인사’를 건넬 줄 알았다. 하지만 이민을 결심한 후에도 밴쿠버가 캐나다 어디에 있는지초자 몰랐던 나에게 현실은 달랐다. 초기 정착자금이 하는 일도 없이 조금씩 빠져나갈 때마다 느끼는 불안감, 나는 짧게 절망했다. 이렇게 보낸 시간이 약 1년. 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지금은 짐 패터슨 외래 진료센터(Jim Patterson Outpatient Care and Surgery Centre)에서 정간호사(RN)로 당당히 일하고 있다. 나의 이름은 성영주다. “나의 시행착오, 누군가 미리 알려줬더라면…”얼마 전 밴쿠버에는 또 다른 한인단체가 새로 생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