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스토리
골프 여제가 되기 전의 리디아 고, 고보경을 밴쿠버에서 만났다 본문
‘CN 캐나다 여자 오픈’의 막이 올랐다. 밴쿠버 그린의 정복자가 결정되는 것은 오는 26일이다.
청 야니, 스테이시 루이스, 크리스티 커 등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LPGA에서 막강 화력을 과시하고 있는 한국(계) 여전사들의 플레이도 만끽할 수 있다. 최나연, 박인비, 유소연, 미셸 위 등이 우승 사냥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능숙한 사냥꾼들 사이에서 유독 앳된 얼굴이 눈에 띈다. 주인공은 고보경양(영어명: 리디아 고)으로, 이번 골프 축제의 최연소 출전자다. 고양은 6세 때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에 정착했으며 현재 나이는 만 15세, 말 그대로 ‘소녀’다. 21일 코퀴틀람 한 한식당에서 고보경양을 만났다. 이날 자리는 밴쿠버 한인회가 마련했으며, 이용훈 회장, 김영필 이사장, 정기봉 수석 부회장 등이 함께 했다.
“우승해야죠, 소지섭과 동반 라운딩 하려면”
고보경양의 이력을 보면 ‘어리다고 놀리지 마세요’라는 노랫말을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역대 두번째 어린 나이로 US 여자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점령한 것이 가장 돋보이는 성과다. LPGA가 아마추어 랭킹 1위인 고양을 주목한 것은 일면 당연해 보인다.
소위 잘나가는 선수 뒤에는 엄격한 부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인데, 고양의 집안 환경은 조금 다르다. 어머니인 현봉숙씨는 “아이를 다그치는 것보다 늘 잘한다, 잘했다고 칭찬해 준 것이 보경이에겐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칭찬이 이 어린 소녀를 춤추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상이 느슨한 것은 결코 아니다. 11학년인 고양에게는 운동 이외에도 학업이라는 과제가 있다. 그런데 이 소녀, 별로 힘들지 않다는 눈치다.
“친구들은 보통 7과목을 공부하는데, 저는 4과목만 듣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큰 부담은 없어요.”
부담은 주변 사람이 느낄 정도다. 학교에 다녀야 하는 주중에도 하루 네다섯 시간 훈련에 매달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거의 하루 종일 필드에서 자신의 샷을 다듬는다.
소녀 골퍼의 우상은 미셀 위다. 이유를 물으니 ‘예뻐서’라는 다소 가벼운 답변이 돌아온다. 두번째 이유에는 자신의 목표를 담았다.
“공부와 운동을 제대로 병행하는 모습이 저한테는 늘 자극이 돼요. 저도 미셸 위처럼 좋은 대학에 가고 싶습니다. 물론 프로 무대에도 도전할 계획이구요.”
꿈에 대해 얘기할 때는 진지한 모습이지만, 나이는 쉽게 속일 수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또래 아이들처럼 고보경양 역시 연예인에 푹 빠져 있다. 요즘 동경의 대상은 소지섭이다. 휴대폰 배경 화면도 소지섭의 사진으로 채워뒀을 정도다. 평생 한번도 보지 못한 이 배우가, 고보경양에겐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사고 한번 쳐야 되는 원동력일지 모른다.
“캐나다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면, 이모가 소지섭을 꼭 만나게 해주겠다고 공언했어요. 그 약속이 지켜질 지 모르지만, 어찌됐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어리다고는 하지만 참가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만큼, 고보경양 또한 당당한 우승 후보다. 다른 선수들도 경쟁자로서의 고보경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21일 저녁을 함께 한 한인회 임원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건넸다.
“보경아, 어리다고 주눅들지마.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사고 한번 치는 거야! 알겠지?”
이번 대회를 끝내고 고보경양은 메이저 중의 메이저로 통하는 ‘브리티시 오픈’에 참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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