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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스토리
일과 성공, 이 두 단어가 곧바로 행복으로 해석됐던 시절이 있었다. 많은 것을 가졌지만 더 행복해지고 싶었고, 그래서 휴식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앞만 보고 달렸다.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정비 한번 제대로 받지 않은 채 휘발유만 꿀꺽꿀꺽 섭취한 자동차가 언젠가는 탈이 나듯, 강철로 만들어졌을 것 같은 이 사람의 엔진도 시간과 함께 서서히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건강이 나빠졌다. 낡은 부품을 교체해 주어야 할 시기를 살짝 건너뛸 수는 없었다. 산책에 맛을 들인 건 바로 이 때다. 산에 오르는 것은 자신이 없었지만, 평지는 한참을 걸어도 별로 지치지 않았다. 건강해지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마치 걷기에 중독된 것처럼. 첫 산책코스는 집 앞 공원이었다. 그러다가..
딴짓하는 아이는 걱정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이런 아이의 세계 속에서는 사회에서 정한 '중요도의 순서'가 뒤죽박죽 섞여 버리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에를 들어 학교 숙제는 뒷전이고, 대신 쓸 데 없어 보이는 일에 아이는 더 관심을 둔다. '유니버시티트랜지션프로그램'(University Transition Program)을 통해 올해 UBC에 입학한 제임스 천(한국명 천현석·응용과학 1년)군도 그랬다. 천군의 현재 나이는 열네 살, 여전히 소년이다. 천군의 아버지인 천영주씨와 어머니 성은숙씨를 만났다. 영재를 키운다, 유니버시티트랜지션프로그램이란? '딴짓하는 현석이'의 가능성은 초등학교 때 만난 '완고한 선생님'에 의해 발견됐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러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 현..
어느새 가을의 중심이다. 밴쿠버가 갈아입은 옷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캐나다의 상징, 단풍이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눈이 행복해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본격적인 우기와 함께, 거리의 색깔 역시 달라질테니 말이다. 좋아하는 계절을 묻는 친구의 질문에 약간의 망설임 없이 “가을”이라고 답한 기억이 있다면, 단풍의 짧은 수명 앞에서 더 큰 아쉬움이 느껴질 것이다. 추남추녀들을 위해 시투스카이하이웨이와 위슬러,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로스트레이크”(Lost Lake)를 선택했다. 로스트레이크가 말했다, “넌 내게 반했어”시투스카이하이웨이를 또 다시 소개하는 것은 전혀 지루한 일이 아니다. 1번 고속도로 서쪽 방향 끝자락에서 위슬러 방향으로 차선을 옮기면, 도로는 곧바로 시투스카이하이웨이로 이어진다. 계절이..
“브랜디와인 폭포” 앞에서 자연을 찬미하다브랜디와인 폭포는, 적어도 한인사회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이를테면 숨은 명소다. 유명세를 타지 않았다고 해서 이곳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폭포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교체로 투입돼 역전 홈런이나 결승골을 성공시키는, 늘상 벤치만 지키고 있었던 무명의 선수를 떠오르게 될 지 모른다. “왜, 이제서야 나타난 거야!”라고 환호하면서. 실제로 브랜디와인 폭포를 보는 것은 그 자체로 감격적이다. 산과 호수를 배경으로, 70미터의 물줄기는 도도한 소리를 내며 자태를 뽐낸다. 고소공포증이 없는 사람들도 이 장관을 눈에 담으려면 약간의 용기가 필요할 듯 인다. 그만큼 폭포 아래쪽의 세상이 아찔하게 다가온다. 시선을 아래가 아닌 앞 혹은 그 옆으로 돌리면, 온..
밴쿠버에서 한인들의 입지가 가장 공고한 분야 중 하나로 치기공 업계가 자주 거론된다. 실제로도 그러한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집 근처, 직장 근처 치기공소를 한번 방문해 보면 된다. 그곳이 어디가 됐든, 그곳의 운영자가 누가 됐든, 그곳의 최고 기술자는 아마 한인일 확률이 높다. 의 두번째 탐구 대상은 바로 치기공사다. “그 시작은 미약하지만…”치기공사가 되는 방법은 너무 단순해서 그 과정을 말하는 것이 살짝 민망할 정도다. 특정 교육기관(밴쿠버에서는 밴쿠버공립학교와 CDI가 있다)에 들어가서 관련 교육을 이수한 뒤 취업에 성공하면, 당신은 치기공사로 일할 수 있다. 만약 치기공사협회(CDT)에 자신의 이름이 등록되어 있다면, 해당 면허증 취득 없이도 치기공사로 일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
그녀는 “사업운 혹은 복(福)이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편의점, 커피가게, 그리고 부동산 중개업까지, 이민 후 여태껏 해왔던 일 모두가 정상 궤도만을 고수해 왔으니, 그녀의 진술은 참에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녀의 자기 소개서를 살짝이라도 들춰본 사람이라면 이내 알게 된다. 달콤한 성공이 타고난 운이나 복 때문만은 아니라는, 삶의 단순한 비밀을 말이다. 그녀는 부동산 중개사, 에밀리 오씨(사진)다. 부동산 중개사로서 에밀리 오씨의 명성은 숫자를 통해 쉽게 설명된다. 부동산 중개사 명함을 만든 첫 달에, 에밀리 오씨는 여섯 건의 거래를 곧바로 성사시킨다. 그리고 바로 그해 총 75건의 매물을 소화하며 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 놓게 된다. 메이저리그나 NBA로 치자면, 이제 막 첫발을 내디..
캐나다에 학문적 기반을 두지 않은 사람을 이곳의 교수 사회는 그닥 반기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낯설 새 이민자에게 좀처럼 취업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과 거의 같은 맥락이다. 어찌 보면 보수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이 서클에 무사히 진입한 사람과 마주했다. SFU 메카트로닉스학과의 김우수 교수(사진)가 주인공이다. “한국에서 박사 학위 취득, 캐나다 대학 강단에 서기까지” 현재 조교수 지위에 있는 그는 오는 4월 부교수 승진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종신 교수의 지위도 얻게 된다. SFU 교수로 임용된 지 6년여 만에 거둔 성과다.김 교수의 이 같은 성공 스토리는, 캐나다의 대학 문화를 감안하면 매우 드문 경우에 속한다. 캐나다의 교수 사회는 자국에서 공부하지 않은 사람에게 그 문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
대학교를 제때, 그러니까 4년 만에 졸업했다는 이력서상의 기술은 어느 면에서는 자랑 거리가 되기 어렵다. 아무런 생존 기술 없이 정글 생활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랭가라칼리지 코업 및 직업개발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양수현씨(사진)의 이야기다. “4년만에 대학 졸업? 자랑이 아니다” 캐나다 대학은 한국 대학에 비해 입학은 쉽지만 졸업하기는 어렵다는 통념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일부 한인 1세 부모들 사이에에서는 제 시기에 대학 과정을 마쳤다는 사실이 칭찬 받을 이유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강의실과 도서관 그리고 집을 정확한 시계추처럼 오고간 경험은 분명 똑똑하고 착실함의 증거로 채택될 수 있겠다. 하지만 대학을 다닌 목적이 취업이었다면 '공부만 열심히 했다'는 주장은 구직 활동 시 이렇다 할 무기..
‘성공 스토리’에는 세간의 이목이 늘 쉽게 집중되기 마련이다. 반듯한 집과 자동차, 혹은 넉넉한 통장 잔고를 보유하게 된 배경이, 보통사람 입장에서는 궁금할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이를 주제로 한 설명회는, 단조롭고 지루한 주장으로만 채워질 때가 많다. 특히 어린 10대 학생 대상의 이른바 성공 강좌는 ‘명문 대학 쉽게 들어가기’라는 단순 메뉴에만 집중하기 일쑤다. 이런 종류의 설명회에서는 성공의 겉모습, 즉 껍데기가 주연일 뿐 정작 그 속을 채우는 문제는 ‘나중에 해도 괜찮은 일’ 정도로 취급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중에 해도 될 일’을 차근차근 해 온 사람이, ‘일단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 다음은 어떻게든 될 거야’라는 얘기에 현혹된 사람보다 성공의 종착지를 점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
1인 무역회사 의 김진기 대표(사진)는 솔직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에 불필요한 수식어를 보태지 않는다. 그저 솔직 그리고 담백하게 지난 시절의 창업 스토리를 진술할 뿐이다. 복잡하게 혹은 어렵게만 비춰지는 무역회사 설립과 운영에 대해 20세 후반의 이 청년은 “별 다를 거 없다”는 다소 싱거운 결론을 내렸다. “치과의사 꿈꾸다 무역으로 눈을 돌렸다” 김진기씨의 인생 항로가 처음부터 "무역"으로 설정된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장사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의 목표는 달랐다. 토론토대학교에서 휴먼바이올로지를 전공한 그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간 뒤 가야 할 목적지를 수정했다. 사이언스 전공자는 의대나 치대 등에 합격하지 못하면 선택의 폭이 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