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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스토리
김동명 감독도 용호상 부문에 진출한 또 한 명의 반가운 얼굴이다. 밴쿠버 국제영화제가 주목하고 있는 김 감독의 작품은 ‘피로’다. 그녀의 표현을 빌자면 찌질한 사람들의 모습을 영화 ‘피로’속에 고스란히 담고 싶었다. ‘찌질한’과 ‘피로’ 두 단어가 왠지 잘 어울린다. “이번이 두번째 장편 작품인데, 첫 장편을 찍고나서는 한 2년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거의 공황 상태였죠.” 다시는 영화를 하지 못할 거란 두려움도 생겼다. “첫 장편 때 제작지원을 받게 됐는데, 그 덕분에 좋은 장비를 갖추고 실력있는 스태프들과 일할 수 있었어요. 인간적으로 욕심이 많이 났죠. 그런데 영화작업에서 더 중요한 건 장비나 실력보다는 사람들과의 소통인 것 같아요. 저는 소통하는 법을 잘 몰랐어요. 그래서 많이 힘들었죠.” ..
김경묵 감독의 시선은 늘 ‘마이너리티’를 향해 있다. 특히 성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김 감독은 자신의 영상언어를 통해 사회적 통념상 받아들이기 힘든, 그래서 불편한 사실에 대해 얘기하고자 했다. 이십대 젊은 감독은 ‘나와 인형놀이’ ‘얼굴 없는 것들’ ‘청계천의 개’ 등의 작품을 통해 주목 받았고, ‘줄탁동시’로 밴쿠버 국제영화제의 초대를 받았다. 그는 용호상 후보 명단에 자신의 이름 김경묵을 올렸다. 용호상은 출중한 작품세계를 보여준 아시아의 젊은 감독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밴쿠버 국제영화제를 찾게 된 건 이번이 두번째에요. 지난 2006년 때도 초대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이 도시가 제겐 친근하고 그리 낯설지가 않네요.” 김 감독은 고교를 자퇴했다. ‘공부보단 영화가 미치도록 좋아..
행복한 사람을 만났다. 타인의 평가 혹은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대상에 만족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자기 이름 뒤에 따라붙는 직합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며 또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서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를 둔다. 클래식 음악가이지만 자신을 속칭 “딴따라”로 묘사하고, 또 그렇게 불리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행복한 바이올린 연주자, 우수현씨(사진)를 만났다. “평생을 즐길 수 있는 일, 그게 음악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이른바 그의 “스펙”은 세속적인 자랑거리로 충분히 활용될 만하다. 독일 라이프찌히 국립음대에서 연주 및 교육학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이후 드레스덴 최고 연주자 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 시절 각종 국제 콩쿠르에 참가해 입상했으며..
한인사회에서는 “1.5세”라는 용어가 있다. 태어난 곳은 한국이지만 캐나다에서 학창 생활의 전부 혹은 일부를 보낸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에겐 공통의 기억이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별 상관 없이 어느 날 문득 낯선 환경에 놓여졌다는 것. 바로 이 부분이 1.5세가 공유하는 경험의 중심이다. 이들 중 누군가는 “어색했던 언어가, 사람들의 눈빛이, 거리의 풍경이 모두 익숙해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고 토로한다. 또 다른 1.5세의 적응기 속엔 별 무리 없이 모자이크 사회 캐나다의 한 조각이 되었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 굳이 분류하자면 건축사 박경래씨(사진)는 후자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그는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 1992년 가족과 함께 캐나다에 정착했다. “내 몸에 꼭 맞는 땅을 만났다” 낯..
어김 없이 연말이다. 거리에서 혹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캐롤송에, 종교의 벽과는 상관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습관처럼 마음을 여는 시기다. 음악이라는 것이, 이래서 놀랍다. 형편 없는 사람들이 종종 차별의 근거로 제시하는 종교, 인종, 주로 사용하는 언어 등도 음악을 즐기는 데 있어서는 그닥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음’(音)에는 누구나 ‘즐겁게’(樂) 반응할 수 있어서다. 줄리어드 음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밴쿠버에서 활동 중인 클라리넷 연주자 이경원씨와 음악이 줄 수 있는 선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뉴욕에서의 음악 생활, 배수의 진을 쳤더니….”이경원씨에게 음악은 처음부터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아버지는 클라리넷 연주자고, 어머니는 피아니스트다. 이게 다가 아니다. 형은 대학에서 오보에..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월 소득의 3분의 1 이상이 주거비로 지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캐나다의 주요 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자격 심사시 이른바 이 '3분의 1 규칙'을 적용합니다. 그런데 이 규칙대로라면 원베드룸, 그러니까 방 하나짜리 아파트에 사는 밴쿠버의 세입자들은 매월 6000달러의 수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렌트비 정보 제공 사이트인 패드매퍼(PadMapper)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밴쿠버 지역 원베드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놀라지 마세요...1950달러입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평균치입니다. 지역에 따라 월세는 달라질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싼 곳의 주거 환경이 비싼 곳보다 '평균적으로'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캐나다 내에서 밴쿠버와 함께 부동산 과..
2017년 기준 전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는 어디일까요? 홍콩이나 뉴욕이 연상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정답은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였습니다. 다국적 컨설팅업체 머서(Mercer)가 전세계 209개 도시의 주거, 교통, 식품, 의류, 가정용품 등 200개 이상 품목의 물가를 비교 분석한 결과입니다. 이 다음이 홍콩, 도쿄, 취리히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5위였던 서울은 6위로 수직 상승하며 물가가 가장 비싼 10대 도시에 포함됐습니다. 좋은 소식은 물론 아니겠지요. 자, 그렇다면 캐나다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는 어디일까요? 정답은 예상하신 그대로 밴쿠버입니다. 머서 순위에서 밴쿠버는 107위에 올라 있습니다. 좀 낮아 보이긴 하지만 전년 순위가 142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 오름세가 확실..
골프의 길에 들어서게 되면 이런저런 사공들을 너무 쉽게 만나게 된다. 이들은 달인이 되는 저마다의 비법을 알려주곤 하는데, 우선 골프채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 교과서를 숙지한 사람들은 대충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 “골프는 말이에요. 힘으로만 하는 운동이 아니에요. 공을 멀리 보내려면, 자기가 갖고 있는 힘보다는 골프채의 머리 부분, 그러니까 헤드를 더욱 잘 활용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골프채를 되도록 가볍게 쥐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초보자들에겐 좀 어려운 일이죠. 골프채의 메카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공 하나 그린 위로 올려 보겠다는 게 전부인데, 메카니즘이라는… 평소에는 잘 쓰지도 않는 단어까지 듣게 된다. 뭔가 미심쩍지만, 골프채를 살짝만..
얼마 전 만난 한 노신사는 가끔씩 가슴이 먹먹하다고 한다. 밴쿠버에 정착한 지 수십년이 지났건만, 어쩌다 한번씩 이방인으로서의 소외감 같은 것이 느껴져서다. 이곳에서 태어나 그리고 지금은 장성한 아들 녀석에게 “넌, 어느 나라 출신이니?”라고 누군가 묻는 것을 볼 때마다, 시민권만 있을 뿐이지 나는 영원히 캐나다인은 될 수 없을 거란 생각마저 든다. 낯선 것도 대개의 경우에는 시간과 함께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새 운동화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발과 친숙해질테고, 새 직장의 책상도 언젠가는 ‘내 것’이라는 생각에 전혀 어색하지 않다. 거리의 간판도, 길에서 눈이 마주친 이들에게 ‘하이’하며 인사하는 것도, 식당에서 밥을 먹은 뒤에는 팁을 남겨두는 것도 일상이 된다. 그런데도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이방인이..
한류는 뭔가 있어 보이는 남자 배우들의 일본 진출과 함께 시작됐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강남스타일’을 통해 마침내 전세계 곳곳에 인식됐다. 이렇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을 살짝 웃도는 정도다. 확실히 한류라는 신조어 속에서는 한국 대중문화의 숨가쁠 정도로 빠른 성장속도가 느껴진다. 마치 한강의 기적이 한국 경제의 쾌속 질주를 상징하는 것처럼.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말 그대로 눈부신 성장이 온통 장밋빛으로만 장식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발전은 풍요 뿐 아니라 쓰린 부작용도 품고 있었다. 제 32회 밴쿠버국제영화제(VIFF)에 초대된 이학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는 한류의 화려한 무대 저편에 숨겨진 속살을 조명한다. "다큐멘터리는 ‘있는 그대로’에 대한 감독의 해석이다" 영화는 대한민국의 5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