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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서부 명문 SFU 한인 교수 김우수

Myvan 2017. 7. 3. 14:08


캐나다에 학문적 기반을 두지 않은 사람을 이곳의 교수 사회는 그닥 반기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낯설 새 이민자에게 좀처럼 취업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과 거의 같은 맥락이다. 어찌 보면 보수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이 서클에 무사히 진입한 사람과 마주했다. SFU 메카트로닉스학과의 김우수 교수(사진)가 주인공이다.


“한국에서 박사 학위 취득, 캐나다 대학 강단에 서기까지”

현재 조교수 지위에 있는 그는 오는 4월 부교수 승진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종신 교수의 지위도 얻게 된다. SFU 교수로 임용된 지 6년여 만에 거둔 성과다.
김 교수의 이 같은 성공 스토리는, 캐나다의 대학 문화를 감안하면 매우 드문 경우에 속한다. 캐나다의 교수 사회는 자국에서 공부하지 않은 사람에게 그 문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한국 카이스트(재료공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고, 미국 MIT(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의 박사후 과정을 거쳤다. 


SFU의 선택을 받게 된 배경이 무엇보다 궁금합니다.
한국 카이스트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 1년 전부터 나름 고민이 많았습니다. 한국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미국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을 것인가, 이 둘을 두고 꽤 오랜 시간 생각했지요. 선택은 후자였습니다. 미국내 몇몇 대학에 예산 상황을 문의했고, 그 결과 MIT에서 연구할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박사후 과정을 마친 후에는 북미주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판단이 서더군요. 그래서 일단 기업 부설 연구소를 찾게 됐습니다.

회사를 고르는데 있어 어떤 기준 같은 게 있었을텐데요.
MIT에서는 거의 매일 각 기업들의 채용 설명회가 열리곤 했습니다. 저는 일단 좋은 기업 문화를 가진 곳,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고용 안정성이 높고 기초 분야에 대한 지원에 인색하지 않은 곳을 염두에 뒀습니다. 제가 가게 된 제록스가 그런 회사였습니다. 이 회사는 북미주 세 곳에 연구소를 두고 있는데, 저는 이 중 하나인 토론토에 위치한 제록스리서치오브캐나다에서 잉크와 토너 등의 재료를 연구하게 됐습니다.

캐나다와의 인연이 시작된 거군요.
맞습니다. 제록스의 기업 문화는 생각했던 만큼 좋았습니다. 연구원 200명 중 절반 이상이 박사 학위 소지자였어요. 그야말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돼 제겐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죠?
제가 제록스에 들어간 것이 2008년 말, 금융위기가 불거져 나오던 때였습니다. 각 기업마다 대규모 감원이 이루어졌지요. 제 회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구원의 3분의 1이 직장을 떠나야 했고, 이것이 제겐 적지 않은 충격이었습니다. 40대 중후반 이후의 제 모습을 미리 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입사 1년 후부터는 대학에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하게 된 거고, 결과적으로 SFU로 오게 됐습니다.

속 내용은 결코 그렇지 않겠지만, 너무 순조롭게 교수가 됐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캐나다 교수사회가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생각해요. 캐나다에서 일한 경험이 없거나 이곳 대학에서 학위를 받지 않았다면, 교수로 임용되기까지 너무 큰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저를 포함해 카이스트나 포항공대 출신들이 맥길, 욕, 워털루 대학에 각 한 명씩 교수로 재직하고 있긴 하지만요.

그렇다면 다시 첫번째 질문입니다. 보수적인 캐나다 대학에서 교수로 채용된 이유가 뭘까요?
MIT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았다는 것과 제록스 연구소에서의 경력이 오늘의 제 자리를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제록스연구소의 학계내 인지도는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학 연구소에 대한 지원이 늘 후한 편이니까요. 여기에 한두 가지 덧붙이자면 일종의 박사 학위 논문 경연대회라 할 수 있는 “콰드란트어워드”(Quadrant Award)에서 1등을 한 것과 제록스 근무 시절 20개의 특허를 낸 것이 교수로 임용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됐을 겁니다.

캐나다 교수사회가 보수적이라고 하셨는데, 그런 문화에 적응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쉽지 않았지요. 같은 대학 동문끼리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문화는 한국이나 캐나다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곳의 공대 졸업생들 사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프로페셔널 엔지니어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름의 이너서클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 문화에 어떻게 편입할 수 있을까요? 교수를 꿈꾸는 학생들은 어떤 길을 밟아야 할까요?
간단하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서 좋은 학점을 받고 좋은 인턴십을 한 후에 좋은 논문을 내는 것, 이게 교수가 되는 지름길일 수밖에 없습니다. 캐나다나 미국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는 것도 추천해줄만한 방법입니다. 이때는 국가 장학금인 Nserc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비나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Nserc 장학생이라는 것 자체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니까요.





 




“공학이 열어주는 다양한 길”


질문이 좀 늦었는데요, 메카트로닉스학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메카트로닉스는 기계(mechanics)와 전기(electronics)가 합쳐진 융합 학문입니다. 나도 재료 개발과 이를 통한 산업화, 그리고 또 다른 응용 분야를 찾는 것이 저희 연구소의 주된 임무지요.

솔직히 제겐 “신세계”처럼 들립니다. 한편으론 공학 쪽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 참 많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런 면에서 의대 혹은 약대 쏠림 현상이 좀 씁쓸하게 느껴지는데요.
의대와 약대에 대한 선호도가 지나치게 높은 게 사실이지요. 특히 캐나다 한인사회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부모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요. 일부 부모들은 자녀들을 최고의 전문직 종사자로 키우고 싶어하는데, 그 이유는 캐나다에서는 마땅한 직업을 찾을 수 없다는 자신의 경험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의사가 되는 것, 약사가 되는 것, 이게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쉽지 않은 길일 수도 있어요. 의사 가운을 입을 확률이 결코 높지 않으니까요. 대신 전세계를 무대로 살겠다고 생각하면 기회는 참 많습니다. 

예를 들어줄 수 있습니까?
2014년 한 해 동안 저희 메카트로닉스학과 졸업생 중 열 명이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인 테슬라에 취직돼 캘리포니아로 넘어갔습니다. 구직 시장을 밴쿠버로 한정하면 답이 쉽게 나오지 않겠지만, 샌프란치스코에서도, 토론토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공대 졸업생에게 주어진 길은 무척 다양합니다. 

공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무조건 밝은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닐텐데요.
물론이지요. 대학 4,5년을 한국의 고3처럼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저희 학과의 경우 입학생 둘 중 한 명은 졸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공부가 어렵다는 얘기겠죠.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공부가 더욱 힘들겠지요.
공대생에게는 기본적으로 탄탄한 수학 실력을 요구로 합니다. 여기에 물리나 화학에 대한 호기심, 혹은 소질이 있어야 하죠. 이런 바탕이 없다면 공대 공부를 따라잡기 벅찰 수도 있습니다.

한인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높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매해 신입생 중 한두 명이 저희 과로 들어오고 있는데, 그때마다 별도의 상담을 해줍니다. 그게 제게 주어진 어떤 의무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 조언의 내용을 알고 싶은데요.
대학 졸업을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개의 코업을 마쳐야 하는데, 한인 학생들은 이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아요. 어떤 경우에는 3학년 끝날 때까지도 코업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지요. 이렇게 되면 졸업 자체가 여려워집니다. 적어도 2학년 중반에는 코업을 시작하는 것이 정답이에요. 물론 처음부터 좋은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닐 겁니다. 이때는 자기가 관심 있어 하는 교수의 연구실에서 일단 경험을 쌓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것 역시 코업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기업에서 코업 자리를 잡는데도, 교수 연구실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됩니다.

자녀를 한국내 대학으로 진학시키고자 하는 부모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위 말하는 한국의 명문대, 이를테면 카이스트나 포항공대로 보낼 수 있다면 한마디로 적극 추천입니다. 한국 대학에 대한 인지도가 전세계적으로 입증돼 있는데다, 특히 그 교육 환경은 미국 명문대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아니 오히려 좋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카이스트의 경우에는 멘토와의 만남도, 연구 기회도 자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멘토의 중요성, 이곳 한인사회에서도 많이 강조되고 있는 부분이지요.
SFU 교수로서 한인 학생들을 많이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커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 뿐 아니라, 초·중·고등학생들에게도 멘토로서 동기 부여를 해주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게 제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해요. 제 연구를 실용화시키고, 제 기술을 통해 캐나다 사회에 보다 많이 기여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저의 또 다른 바람입니다.


*이 인터뷰는 2016년 2월 12일에 작성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