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스토리
캐나다 밴쿠버에서 일자리 잡기, 대학생 취업하기 위해선 코업이 정답이다 본문
대학교를 제때, 그러니까 4년 만에 졸업했다는 이력서상의 기술은 어느 면에서는 자랑 거리가 되기 어렵다. 아무런 생존 기술 없이 정글 생활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랭가라칼리지 코업 및 직업개발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양수현씨(사진)의 이야기다.
“4년만에 대학 졸업? 자랑이 아니다”
캐나다 대학은 한국 대학에 비해 입학은 쉽지만 졸업하기는 어렵다는 통념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일부 한인 1세 부모들 사이에에서는 제 시기에 대학 과정을 마쳤다는 사실이 칭찬 받을 이유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강의실과 도서관 그리고 집을 정확한 시계추처럼 오고간 경험은 분명 똑똑하고 착실함의 증거로 채택될 수 있겠다. 하지만 대학을 다닌 목적이 취업이었다면 '공부만 열심히 했다'는 주장은 구직 활동 시 이렇다 할 무기가 되지 못한다. 경력과 인맥 없이는 구직 문턱을 넘어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그렇다면 경력과 인맥은 어떻게 갖춰야 할까? 양수현씨는 예비 사회인들에게 그 답을 '코업'에서 찾으라고 주문한다.
“각 대학마다 코업 프로그램이 있는데, 학생들이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코업에 지원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이력서나 커버레터 작성, 인터뷰 요령 등 기본적인 기술을 익힐 수 있습니다. 또한 코업을 통해 경력을 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자연스레 이루어지게 됩니다. 물론 코업 때문에 졸업이 늦춰질 수는 있겠지요. 통상 2학년 2학기 때부터 코업에 지원하게 되는데, 최대 4학기를 일할 수 있습니다. 방학 기간을 활용할 경우, 5년 만에 대학을 졸업할 수 있다는 거죠.”
“고등학생 때는 다양한 친구 만나고
대학에서는 도움 요청하는 데 주저하지 말 것”
양수현씨의 조언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지난1987년,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녀는 부모와 함께 앨버타주 에드먼튼에 정착했다. '하이, 하와유?'가 아는 영어 표현의 전부인 상태였다.
“학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과목은 수학 뿐이었어요. 그 외 시간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교사가 하는 얘기, 반 아이들이 하는 얘기, 어느 하나 알아들을 수 없었으니까요. 그러다 아이들이 나를 놀리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고, 오기 같은 게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어쩌다 친구도 한 명 생겼다. 7학년이 끝날 즈음 사람들이 하는 말이 언어로 느껴졌다.
“8학년부터는 밴쿠버에 살게됐는데, 에드먼튼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어요. 이만 사회 자체가 컸고, 한국 친구들도 비교적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 중 몇몇은 한국 사람은 한국어만 해야 한다는 이상한 고집이 있었어요. 내가 영어를 사용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요. 그런 태도로는 캐나다 사회의 일원이 되기는 어려울 거에요. 저는 공적인 자리에서는 조금은 어색할 수 있어도 영어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친구도 한국 친구들 뿐 아니라 다양한 민족의 아이들을 두루 만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고교 졸업 후 그녀는 UBC에서 영양학을 전공하게 된다. 하지만 양수현씨에게 있어 대학 생활은 낭만적인 어떤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또 다른 좌절이었다. 그 좌절의 정도는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보다 더 심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름 똑똑하다고 자부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란 걸 대학에 가서 깨닫게 된 거죠.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로, 그러니까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했을 때로 돌아간 셈이었어요. 여차저차 학부 과정을 마치게 됐지만, 대학 생활은 제 인생에서 여전히 후회되는 부분입니다.”
후회의 이유는 대학에서 제공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전혀 활용하지 못해서다. 각 학과 마다 학생들의 공부를 돕는 조교가 있고, 스터디그룹이 만들어져 있는데, 그녀는 그런 게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혼자서만 끙끙 앓았다. 양수현씨는 “대학 생활 때에는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는데 절대 주저하지 말고, 학교의 모든 프로그램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해서 도전
네트워킹은 최고의 성공 열쇠”
대학 졸업 후 그녀는 갈팡질팡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랭가라칼리지에서 제공하는 영양학 관리 과정을 밟았고, 이를 계기로 병원 식당의 직원들과 메뉴를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됐다. 이 외에도 한국계 학원의 강사로, 한 자그마한 회사의 프로젝트 매니저 겸 비서로도 경력을 쌓았다.
“졸업 후 많이 방황했어요. 내가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의문도 많이 들었지요. 하지만 제가 잘한 게 하나 있어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도했다는 것, 바로 이거죠.”
직장 생활 도중 그녀는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친구를 통해 모교인 UBC 코업 센터에 일자리가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결국 그곳에서 소중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누가 나에게 어떤 기회를 줄런지 몰라요.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가 참 중요하지요.”
양수현씨는 네트워킹을 할 때는 '가면'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은 네트워킹이 불가능하다는 게 그녀의 신조다.
“똑똑하지 않은데 똑똑한 척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사람을 대할 때는 진심을 담아야 해요. 그 태도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죠.”
양수현씨는 첫 직장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업에 귀천이란 건 있을 수 없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자세가 캐나다의 직장 사회에서는 필요하다.
“저 같은 경우만 해도 그래요. 처음 UBC 코업센터에 지원해 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절대 안 된다는 그런 마음이었어요. 카운슬링한 경험도 없었고, 뭐 내세울 만한 게 별로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시도했고, 결국엔 일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요. 안주하지 않고 도전한 결과였다고 생각해요. 저는UBC에서 8년을 일했고, 그 다음엔 토론토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작년부터는 랭가라칼리지 코업센터를 맡게 된 거구요.”
“코업 위해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경력 쌓는 것이 중요”
양수현씨는 다시 코업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갈팡질팡했던 건, 내 전공과 연관된 경력이 없어서였어요. 코업을 하게 되면 관련 분야에서 1년 6개월이라는 경력을 쌓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거의 모든 학과가 코업과 연관돼 있는데, 학생들이 이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코업의 존재를 알면서도 어떤 학생은 일이 너무 많아서, 부모가 못하게 해서 등등의 이유로 이 프로그램을 등한시 하죠.”
누구나 코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학교 코업 프로그램에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 학생들은 이후 스스로 각 기업에 지원해야 한다. 보통의 구직 과정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합격'을 위해서는 코업 이전의 경력도 필요하다. 되풀이되는 얘기지만 경력이 없으면 캐나다에서의 취업은 요원한 일이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부터 무조건 일을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맥도널드나 스타벅스, 이런 데서 일해 보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고객을 응대한 경험이 큰 자산이 될 수 있거든요. 여기에 자원봉사 활동도 적극적으로, 그리고 계획적으로 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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