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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집값 잡을 수 있을까? 고급 임대 주택 늘리는 것이 정답, 집을 사지 않아도 되는 환경 마련해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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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집값 잡을 수 있을까? 고급 임대 주택 늘리는 것이 정답, 집을 사지 않아도 되는 환경 마련해야

Myvan 2018. 9. 29. 16:00


집값 상승세가 지나치다 싶을 때면 거의 어김 없이 '세금 인상안'이 제시되곤 합니다. 다시 말해 집값이 오르면 세금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런데 과연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선 마냥 긍정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세금이 올라도, 아니 세금 인상이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 주거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울도 마찬가지겠지만, 우선 밴쿠버의 예를 찾아 보겠습니다.


지난 2016년 8월 밴쿠버에서는 외국인에 한해 주택 구매시 취득세를 15%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이 도입됐습니다. 밴쿠버 지역의 집값 급등이 외국인 투자자, 혹은 외국 투기 자본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죠. 이와 함께 주택담보대출 요건도 한층 강화됐습니다. 자, 이후 시장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일단 관련 법안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집값과 거래량 모두 하락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스냅스태스'의 당시 자료를 살펴보면, 우선 부촌으로 알려진 밴쿠버 웨스트 지역의 8월 주택 거래량은 한 달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주택 판매 중간 가격은 352만달러에서 342만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이 통계만 놓고 보자면 주택 시장의 열기가 한풀 꺽인 듯 보입니다. 이에 따라 주택 구매 부담도 낮아졌다고 생각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집값이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는 보고서가 연이어 발표됐지만, 이 예상은 벗어나도 크게 벗어납니다.  주정부의 집값 안정화 대책이 발표된 지 약 9개월 후, 밴쿠버 주택시장은 다시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2017년 4월 부동산 중개업체 로열르페이지는 "밴쿠버 지역 집값이 지난 4년 중 처음으로 분기별 하락세를 기록했지만, 연 기준으로는 여전히 두자릿수(12.3%)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기간 밴쿠버의 외곽 도시라 할 수 있는 랭리의 경우 평균 집값이 무려 21.2% 오른 79만4213달러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어디까지나 결과적으로 주정부의 세금 강화안이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거죠.


세금이 집값 안정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은, 적어도 몇몇 사례나 우리의 경험만 놓고 보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한 부동산 중개사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세금으로 집값을 어떻게 잡아요, 절대 못 잡습니다.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은 그저 비용의 일부일 뿐이거든요. 30억 배팅할 수 있는 사람이 1,2억 세금으로 더 낸다고 기가 죽겠어요. 10억, 20억 더 오를 거 보고 집을 사는 건데... 세금이 오르면 월세를 그만큼 더 받으면 되니까 별로 개의치 않는 부자들도 많아요. 다치는 건 집 한 채가 재산의 거의 전부인 중산층인 거죠."


세금 인상의 약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믿는 사람들은 정부가 주택 공급량을 늘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급형 임대 주택(물론 거주비는 저렴해야겠죠) 공급량을 늘려 '집을 사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집을 사지 않아도 주거에 대한 불안감이 없다면 가계의 소비 여력이 늘게 되고, 이것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