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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포트무디 앤모어가 품은 보물, 번슨 번즌 혹은 번젠 레이크

Myvan 2017. 7. 22. 00:54

아름다움에 순위를 정하는 건 참 애매하면서도 때로는 무의미해 보인다. 왜냐하면 ‘미’(美)라는 것은 초시계나 저울 등으로 계량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3류영화’가 누군가에게는 평생 동안 기억되는 명작으로 남는 경우도 흔하다.

물론 누구나 공감하고 찬사를 보내는 ‘고전’은 존재한다. 풍광의 범주에서 볼 때, 로키산맥이 품은 ‘레이크 루이스’도 그런 걸작 중 하나일 것이다. 좀 과장해서 얘기하자면, 빙하를 배경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그 물빛에 반하지 않는 사람과 친구가 된다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아름다움과 직면했을 때, 사람들은 ‘예의’를 지키려고 그러는지 손쉽게 순위놀이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런 식의 얘기를 풀어 놓는다. “레이크 루이스, 지금부터 당신의 또 다른 이름은 ‘세계 10대 절경’입니다.”

그런데, 나는 레이크 루이스에 비해 급이 한참 떨어지는 ‘번슨(Buntzen) 레이크’에 더 마음이 간다. 레이크 루이스가 미인대회에 나가서 쭉 빠진 몸매를 자랑하는 존재라면, 번슨 레이크는 함께 밥을 해 먹고, 함께 코메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깔깔거리고, 서로의 고민에 귀를 기울여줄 수 있는 집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번슨 레이크 앞의 사람들은 자유롭다. 텐트를 치고 하루종일 뒹굴뒹굴거리거나, 호수 건너편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을 만끽한다. 고기를 구워먹고 친구들과 베드민턴을 치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어린 녀석들은 물가에서 모래성 쌓기 놀이에 열중이다.

레이크 루이스가 정치인이나 특급 여배우 같은 ‘유명인사’라면(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호수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번슨 레이크는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늘 안부가 궁금한 친구 같다.

번슨 레이크에서 친구들이 꼭 찾는 곳이 바로 호수를 옆에 두고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산길이다. ‘번슨 레이크 트레일’이라는 이름의 이 산길은 약 10km로, 걷는 사람에 따라 부담을 느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산을 오르기가 다소 버겁다면 적어도 뷰 포인트까지는 발걸음을 옮겨볼 것. 길이 평이해 누구라도 웃으며 걸을 수 있다.



<찾아가는 길>
코퀴틀람 방면에서 올 경우: 데이비드 애비뉴를 타고 포레스트 파크웨이에서 우회전. 약 200m 운전하면 애스팬우드 드라이브를 만나는데, 그곳에서 좌회전. 계속 진행하면 E Rd를 거치게 되고, 선사이드 로드에 들어서게 된다. 우회전해서 약 2km 달리면 번슨 레이크다.


버나비 방면에서 올 경우 : 1번 고속도로 44번 출구로 빠져나온 뒤 BC-7 E 표지를 따라 계속 직진하면 파인트리 웨이와 만난다. 이곳에서 계속 직진하다 데이비드 애비뉴에서 좌회전. 그 다음부터의 길은 위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