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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스토리
포트무디에 위치한 록키 포인트(Rocky Point) 공원은 메트로 밴쿠버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다. 햇살이 지금보다 뜨거워지고 본격적인 바베큐 시즌이 돌아오면, 고기 굽는 냄새가 공원 곳곳에 배곤 한다. 야외 수영장과 물놀이 시설 때문인지 유쾌한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소리도 흔하게 들릴 것이다. 한가로움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런 광경에 덜컥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서둘러 발길을 돌릴지도 모른다. 이 공원이 품은 산책로에 눈길 한번 돌리지 못한 채. “코를 간지럽히는 바다 내음에 살짝 취해 보시길” 록키 포인트 파크의 가장 예쁜 구석은 바다와 숲을 동시에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좀 까탈스럽게 트집을 잡자면 바닷 빛깔이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기에 다소 흐리멍텅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트집거..
캐나다에서 구직 활동을 할 때,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을 받게 될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캐나다가 차별 없는 복합문화주의를 표방하는 것은 맞지만, UBC 연구진의 조사 내용대로라면 구직자들이 받는 차별 대우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UBC 연구진은 “고용주들에게 6000통의 이력서를 보낸 결과, 영국식 이름(성)을 갖지 않을 경우 구직활동 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마틴(Martin)이나 윌슨(Wilson) 등 영국식 이름이 있을 경우, 서류 전형 통과 확률이 타 국가 출신 등에 비해 무려 40%나 높았습니다. 캐나다 고용주 상당수가 이름만 보고 채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UBC 경제학과 필립 오리오폴로스(Orepoulos) 교수는 “이민 2세대나 3세대 또한 (영국..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찬찬히 읽다 보면, 초기 이민자들의 애환 같은 게 쉽게 느껴진다. 소설 속 이민자의 가슴속엔 고향 잃은 설움이 늘 가득 담겨 있지만, 마음 놓고 왈칵 쏟아내진 못한다. 묵묵히 흐르는 바다를 보며 “태평양 건너 내 조국이 있겠지, 내 사랑하는 피붙이들이 있겠지”하고 중얼거릴 뿐이다. 바닷물에 손을 담가 보기도 한다. 자신의 손을 거친 그 바닷물이 고향 산천에 닿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때의 이민자를 지치게 하고 동시에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준 것은 바로 ‘향수’다. 현시대를 사는 이민자들도 어느 순간 향수와 맞서게 될 때가 있다. 향수병에 시달린다고 얘기하는 게 초기 이민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걸 잘 알면서도, 떠난 자들 가슴 한 켠에 숨겨져 있는 뭉클한 감정을 외면하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인 밴쿠버의 체면이 요즘 말이 아니다. 총격사건이 빈번해진 탓이다. 외신들은 호들갑을 떨며 밴쿠버의 치안 상태에 의구심을 표현하기도 한다. 불안한 건 예비 이민자나 여행객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쿠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다. 도시 한복판에 원시림을 품고 있는 ‘스탠리파크’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밴쿠버 시민의 최근 구겨진 자존심은 쉽게 복구된다. 1000에이커 규모의 거대 공원에서 무엇을 할 지는, 각자의 계획에 달려 있다. 자전거를 대여해 공원 전체를 쌩쌩 달려볼 수도 있고, 롤러 블레이드 타기에도 도전할 수 있다. 조용히 벤치에 앉아 태평양을 관망할 수 있으며, 햇살이 뜨거워지는 여름이면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드..
밴쿠버 아이들의 로망, 부모에게는 최고의 베이비시터새 이민자들이 보기에 밴쿠버에는 아이들을 위한 ‘인공적인 놀이터’가 부족하다. 해이스팅가(Street)에 ‘플레이 랜드’라고 있지만, 한국의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에 익숙한 아이들 눈에는 조금은 반듯한 유원지로 비춰질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밴쿠버가 자랑할 게 오직 산과 바다뿐이라고 섣불리 판단해선 곤란하다. 바로 ‘사이언스 월드’라는 대형 실내 놀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좀 투박하게 설명하자면, 사이언스 월드는 어린아이들이 놀면서 과학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적어도 이런 의도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아이들에게 학습은 안중에도 없다. 신기한 구경거리와 생소한 장난감, 그리고 놀이기구만이 아이들을 사로잡는다. 각종 전시관과 세계에서 가장 큰 돔형 ..
하우스 “진단의학과 의사의 ‘범인’ 찾기”그 동안 ‘의학 드라마’로 분류되는 작품은 꽤 많았다. 한국 드라마로는 ‘하얀 거탑’ ‘뉴 하트’ ‘외과의사 봉달이’ 등이 있고, 미국 드라마로는 ‘ER’ ‘그레이 아나토미’ 등을 꼽을 수 있다. 여하튼 국적을 따지지 않고, 모든 의학 드라마를 일렬로 쫙 세운 후에 그 중 1위를 꼽으라면 당연히(!) ‘하우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하우스’의 주인공은 하우스다. ‘집’이라는 꽤 이상한 이름을 가진 ‘천재 의사’가 이 드라마를 이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왜 주인공의 이름이 친구들의 놀림 거리가 되기에 충분한 ‘하우스’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우스는 ‘셜록 홈즈’에서 차용한 이름이다. 하우스 역시 탐정 ‘홈즈’처럼 지팡이를 들고 다니고, 마약 중독자이며,..
입을 호강시키는 것을 일상의 의무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이번 주말 외식 메뉴로 중식을 선택할 생각이었다면, 다음의 리스트를 스크랩해 두자. 맛집 블로거들이 꼽은 올해 최고의 밴쿠버 중식당이 14일 발표됐다. “2015 차이니즈레스토랑어워드”를 통해서다. 미각의 민감도에 따라, 아니면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겠지만 한번쯤 탐방하고 싶은 곳들이 대부분이다. flickr/Ruocaled(cc) 최고의 허가우(Shrimp Dumpling), “유에 델리커시”(Yue Delicacy)딤섬으로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장악한 곳. 가격대 31달러에서 60달러로 비싼 편. 8077 Alexandra Rd, Richmond. (604) 233-1219 최고의 오향장육, “롱스누들하우스”(Long’s Noodle ..
사람처럼 집들도 겨울에는 몸살을 앓기 쉽다. 평소 건강관리를 잘 해 온 사람이 잔병치레를 하지 않듯 주택도 무탈하게 장수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손길을 필요로 한다. 리차드 김씨는 주택의 장수를 돕는 ‘명의’로 손색이 없다. 한국에서 건축 전문가로 활동했던 그는 이민 후 부동산 중개사, 홈인스펙터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 왔다. 밴쿠버 올림픽 빌리지 공동 인스펙션에 참여한 것이 특히 눈에 띄는 이력이다. 이 주택관리 명의는 “관리만 제대로 해 주면 목조주택이 콘트리트 건물보다 평균수명이 훨씬 높다”고 강조한다. 리차드씨가 생각하는 목조주택의 수명은 100세 이상이다. 이제부터 그 장수비법을 하나둘씩 체크해 보자. “페인트칠, 외관이 예쁘면 집도 건강하다” 밴쿠버의 겨울은 햇빛과는 인연이 없다. 눈과 비오는 날의..
메트로밴쿠버에도 일명 ‘가구 거리’로 통하는 곳이 있습니다. 코퀴틀람 유나이티드 블러버드도 그 중 하나인데요. 이케아, 애슐리, 샌디스, 조단 등 저가부터 초고가 가구점이 유나이티드 블러버드, 이 길을 따라 쭈욱 서 있습니다. 한자리에서 소위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는 건데, 제 선택은 한인들 사이에서 비교적 인기가 많은 ‘애슐리’였습니다. 처음엔 멋모르고 조단 매장에 들어갔다가, 가격을 보고 솔직히 기겁했습니다. 좀 괜찮다 싶은 소파나 식탁 세트 가격이 1만 달러 정도는 우습게 넘어가더군요. 물론 비싼 가구도 부담스럽지 않다면, 혹은 고급 가구점에서 인테리어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으시다면 조단 같은 곳을 여유롭게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애술리는 좀 달랐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가격대별..
매년 2월 2일은 그라운드호그데이, 혹은 성촉절(성탄절 아니고^^)입니다. 다람쥐와 닮은 설치과 동물인 그라운드호그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이라지요. 2월 2일 잠에서 깨어난 그라운드호그가 자기 그림자를 보면 겨울이 6주 동안 지속되고, 그렇지 않으면 봄이 금새 찾아온다는 게 ‘그라운드호그데이’의 핵심입니다. 한마디로 그라운드호그의 행동을 통해 봄이 오는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거죠. 밴쿠버에서는 그라운드호그데이에 대해서 떠들어대는 분위기도 아니어서, 저는 실제 피부로 느끼는 입춘일은 날씨 관련 앱이 훨씬 정확할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라운드호그데이가 동명의 영화가 만들어진 배경이 되어 준 것에 대해서는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 그라운드호그데이, 한국에는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이름으로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