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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스토리
캐필라노 연어 부화장연어 그 아름다운 생명력연어 부화장은 밴쿠버에선 너무 뻔한 나들이 코스처럼 보인다. 하지만 연어의 회귀 본능을 직접 목격하지 않고서는, 그 생명력을 두고 감탄할 기회조차 없다. 연어를 대형마트 진열대에 놓인 영양가 풍부한 생선 정도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이 놀라운 생명은 그저 흔한 식재료일 뿐이다. 9월부터 11월은 강을 떠나 바다로 흘러간 연어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시기다. 연어를 보며 가슴이 쿵쾅거리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노스 밴쿠버 쪽으로 눈을 돌리자. 이곳엔 ‘캐필라노 강 연어 부화장’이 있다. 1번 고속도로에서 캐필라노 로드 방면으로 빠지거나 혹은 라이온스 게이트 브리지를 타고 노스 밴쿠버 방면으로 나온 뒤 캐필라노 로드 쪽으로 갈아타면 쉽게 연어 부화장까지 갈 수 있..
어느새 가을의 중심이다. 밴쿠버가 갈아입은 옷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캐나다의 상징, 단풍이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눈이 행복해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본격적인 우기와 함께, 거리의 색깔 역시 달라질테니 말이다. 좋아하는 계절을 묻는 친구의 질문에 약간의 망설임 없이 “가을”이라고 답한 기억이 있다면, 단풍의 짧은 수명 앞에서 더 큰 아쉬움이 느껴질 것이다. 추남추녀들을 위해 시투스카이하이웨이와 위슬러,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로스트레이크”(Lost Lake)를 선택했다. 로스트레이크가 말했다, “넌 내게 반했어”시투스카이하이웨이를 또 다시 소개하는 것은 전혀 지루한 일이 아니다. 1번 고속도로 서쪽 방향 끝자락에서 위슬러 방향으로 차선을 옮기면, 도로는 곧바로 시투스카이하이웨이로 이어진다. 계절이..
“브랜디와인 폭포” 앞에서 자연을 찬미하다브랜디와인 폭포는, 적어도 한인사회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이를테면 숨은 명소다. 유명세를 타지 않았다고 해서 이곳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폭포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교체로 투입돼 역전 홈런이나 결승골을 성공시키는, 늘상 벤치만 지키고 있었던 무명의 선수를 떠오르게 될 지 모른다. “왜, 이제서야 나타난 거야!”라고 환호하면서. 실제로 브랜디와인 폭포를 보는 것은 그 자체로 감격적이다. 산과 호수를 배경으로, 70미터의 물줄기는 도도한 소리를 내며 자태를 뽐낸다. 고소공포증이 없는 사람들도 이 장관을 눈에 담으려면 약간의 용기가 필요할 듯 인다. 그만큼 폭포 아래쪽의 세상이 아찔하게 다가온다. 시선을 아래가 아닌 앞 혹은 그 옆으로 돌리면, 온..
맥주는 평범함에 가까운 술이다. 경제력에 따라 마실 수 있는 술의 등급이 달라지는, 그래서 애주가의 심리 상태를 뻘쭘하게 만드는 양주, 꼬냑, 와인 등과는 그 태생부터가 다르다. 서민들도 맥주잔 앞에서는 빈주머니에 대한 걱정에서 한결 자유로워진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맥주는 “평범해서 도리어 매력적인 술”로 요약될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이를 이해하고 있는 축에 속한다면, 밴쿠버에 살고 있다는 것이 아마 행복하게 느껴질 것이다. “오카나간은 와인투어, 밴쿠버는 맥주투어”라는 얘기가 돌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바로 이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어서다. 밴쿠버, 그 중에서도 다운타운을 대표하는 수제맥주점 두 곳을 탐방했다. David Leong/flickr(cc) 수제맥주점의 원조, 이곳이 술익는..
포트무디에 위치한 록키 포인트(Rocky Point) 공원은 메트로 밴쿠버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다. 햇살이 지금보다 뜨거워지고 본격적인 바베큐 시즌이 돌아오면, 고기 굽는 냄새가 공원 곳곳에 배곤 한다. 야외 수영장과 물놀이 시설 때문인지 유쾌한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소리도 흔하게 들릴 것이다. 한가로움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런 광경에 덜컥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서둘러 발길을 돌릴지도 모른다. 이 공원이 품은 산책로에 눈길 한번 돌리지 못한 채. “코를 간지럽히는 바다 내음에 살짝 취해 보시길” 록키 포인트 파크의 가장 예쁜 구석은 바다와 숲을 동시에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좀 까탈스럽게 트집을 잡자면 바닷 빛깔이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기에 다소 흐리멍텅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트집거..
서쪽 방향 1번 고속도로를 타고 웨스트밴쿠버의 끝자락을 넘어서다 보면, 위슬러 쪽으로 뻗어있는 99번도로를 자연스레 대하게 된다. 이 길의 또 다른 명칭은 익히 알려진 “시투스카이웨이”. 이름 그대로 바다에서 하늘까지, 압도적인 풍경이 바로 눈앞에서 연출된다. 이쯤 되면 시투스카이, 라는 다소 과장된 작명을 기꺼이 수긍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오늘의 목적지는 시투스카이웨이 초입에서 약 50km 거리에 서 있는 섀논 폭포(Shannon Falls)다. 이 물줄기의 규모는 자신을 품은 숲의 웅장함과 비교하면 아담한 측에 속한다. 하지만 폭포를 배경으로 누구나 기념사진 찍기에 몰입하는 걸 보면, “와”라는 감탄사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은 아니다.산행코스와 공원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섀논 폭포..
한 중년의 직장인이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으며, 다소 힘 빠지는 얘기를 풀어 놓는다. “휴대폰 사용지역을 분석했는데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10km를 벗어나지 않은 곳을 빙빙 돌아가며 산다더라.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집, 회사, 집, 회사···” 허영만이 만화 을 통해서 그려낸 이 시대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사실이 그렇다. 유목 생활을 청산하면서 인류는 한 공간에 갇혀 지내는 날이 많았다. 정착민들은 떠남을 습관처럼 동경하고 여행 광고에 눈독을 들이지만, 틀에 박힌 그 ‘10km’를 벗어나는 게 늘 쉽지 않다. 떠나고는 싶지만 그놈의 용기가, 시간이, 돈이 너무 부족하다는 게 한결 같은 하소연이다. 그래서 좀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약간의 용기, 약간의 시간, 약간의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나 아니면 술잔을 움켜쥐고 신나게 달린 다음날, 국물 요리가 땡기는 것은 자연스런 신체 반응으로 여겨진다. 이 같은 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국물 요리 중 하나로 베트남 쌀국수를 꼽을 수 있겠다. 물론 베트남 음식점의 분위기는 주당들의 요구에 부응해 온 해장국집의 그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베트남은 슬프게도 프랑스의 식민지였으며, 그 역사는 베트남 음식점에 여전히 녹아 있다. 베트남 음식점에서 맛난 커피나 샌드위치 등을 내놓는 것도 이 영향이 크다. 다운타운 하우가(Howe St.)에 위치한 베트남 음식점 “조에유카페앤레스토랑”(Joyeax Cafe & Restaurant)이 풍기는 아우라도 식도락가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음식은 차이가 있다. 쌀국수가 특히 그..
캠핑의 계절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약간 쌀쌀한 기운이 남아있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습니다. 캠핑의 즐거움을 안다면 말이죠. 제 경우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의 크기를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좁은 텐트 안에서 가족과 몸을 맞대고 있다 보면 오히려 넉넉함이 느껴지기도 하지요. 캠핑을 떠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텐트를 “완공”한 후 마시는 맥주는 확실히 그 맛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제가 다녀 본 메트로밴쿠버 주변의 캠핑장 네 곳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먼저 말해둘 것이 있다면 주말이나 평일할 것 없이 예약이 어렵다. 해당 웹페이지를 주시하며 누군가 자신의 예약을 취소하기만을 기다리거나, 무작정 캠핑장을 찾아가 혹시 모를 기회를 도모하는 것도 캠핑장 입장, 아니 입성을 위한 방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