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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스토리
한국의 ‘우먼파워’는 세계정상급이다. 여성의 활약이 유독 두드러진 분야를 찾는 것도 물린 일이 되어버린 지 이미 오래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에게 있어 바둑계는 여전히 ‘금녀의 집’처럼 비친 게 사실이다. 이창호, 이세돌, 조훈현 등,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스타 기사들은 모두 남성이다. 그런데, 이 금녀의 집을 몇 해 전부터 조금씩 접수해온 당찬 여성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고려대학교 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조혜연 7단(23)이다. 조 7단이 주목 받는 주된 이유는 단순히 그녀가 여성이어서가 아니다. 남성 프로기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출중한 실력 때문이다. 천재형 바둑기사로 분류되는 조 7단이 밴쿠버에 왔다. “미국에서 일종의 바둑 축제 같은 행사가 열렸어요. 프로 기사들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캐나다를 선택한다. 하지만 원래 계획했던 열매를 얻기까지에는 대개 적지 않은 수업료가 필요하다. 특히 낯선 문화와 언어를 흡수한다는 것은 부모나 나이 어린 자녀에게도 모두 버거운 일이고, 이로 인해 갈등이 빚어지곤 한다. 석세스 헨더슨몰 센터의 릴리안 김씨, 버나비·코퀴틀람센터의 스텔라 김씨, 그리고 메이플리지&피트메도우 교육청의 김미나씨와 함께 새내기 이민자에게 주어진 숙제를 들여다 보았다. “기본 자세는 타문화에 대한 존중”캐나다는 ‘모자이크 사회’다. 다양한 민족과 그 수만큼의 문화가 각양각색의 무늬를 연출한다. 이 조각들이 큰 그림판에 모여지면 마침내 캐나다라는 퍼즐이 완성된다. 온전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는 사소해 보이는 조각 하나도 소홀히 다룰 수 ..
신협은행(Sharons Credit Union 이하 신협)의 새 수장으로 석광익 전무가 선임됐다. 25년 신협 역사 중 두번째 CEO다. 석 전무는 전임 차동철 행장과 신협의 유아기를 함께 지켜본 장본이기도 하다. 신협은 1989년 태어났다. 첫해 자산은 100만달러대. 시간이 흐르면서 그 몸집은 2012년 기준 2억4000만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처럼 자산을 키우는 동안 한인사회 내에서 신협의 존재감 역시 두터워졌다. 공익에 부합된다면 언제든지 후원자 역할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반듯한 청년으로 자라난 신협. 석 전무와 함께 신협 양육의 고통과 즐거움, 그리고 앞으로도 항상 열려 있을 성장판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신협의 첫 시작 차 행장이 내게 건네준 말은…밴쿠버 킹스웨이 선상. 이민사 초기와 함..
인천공항에서 밴쿠버까지의 비행 거리는 약 8200km. 컵라면까지 합쳐 기내식을 서너번은 먹어야 마침내 랜딩이 가능한 먼 거리다. 하지만 요즘에는 ‘8200’이라는 숫자나 태평양의 깊이 같은 것은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 창만 열면 어디서든 한국과의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상통화로 부모의 안부를 물을 수 있고, 친구의 승진 소식에 축하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물론 거의 실시간으로 답글이 전송된다. 그런데도 왈칵 쏟아지는 게 있을 수 있다. 어떨 때는 어린시절 뛰어놀았던 동네도 그리움의 대상으로 불쑥 튀어나온다. 향수라는 단어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참으로 스마트해진 세상인데도 말이다. 밴쿠버 한인사회에서는 이민자의 이런 마음을 달래줄 소중한 이벤트를 매년 가을 만날 수 있다. 극단 하누리의 ..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한인들의 캐나다 입국거부 사례는 좀처럼 줄지 않았고, 사기사건도 빈번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지만 폭행이나 절도는 줄을 이었고, 한인 피해자도 적지 않았다. 근로자의 ‘단물’만 살짝 빼가고 싶어하는 고용주의 사연을 접하게 될 때면, 저절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임기 3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김남현 경찰 영사의 소회다. 김 영사는 지난 3년 동안 550건의 민원을 처리했다. 사건사고로 만난 사람만 해도 300명이 훌쩍 넘는다. 그의 ‘경험’을 통해 불쾌한 사건과 멀찌감치 떨어져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았다. 부당노동·임금체불 참지 말고 신고해야 유학생이나 단기 체류자가 취업비자 없이 일하는 것은 불법이다. 근로 행위 자체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기 때문..
이관호씨(53)의 인생에서 쉼표란 없었다. 사소한 곁눈질 한 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그였다. 믿음직한 아들, 남편, 그리고 아버지로 그는 순항했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를 막아선 것은 다름아닌 병마였다. 지난 해 8월 이관호씨는 풍으로 쓰러졌다. 머릿속에서 화산 하나가 폭발하는 것 같더니, 이내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린 것은 일주일 후였다. 긴 쉼표의 시작이었다. “눈을 떴을 때 모든 것은 달라져 있었어요.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다는 사실은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지요. 책을 집어드는 것도,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라디오를 켜는 것도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단단한 사람이었다. 그의 이력에서 포기나 절망 같은 단어는 쉽게 찾아볼 수 ..
은퇴한 노인들에 대해 몇몇 사람들은 섣부른 판단을 내린다. 노인들은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레임도 미래에 대한 꿈도 없다. 하루하루 단조롭게 시간을 보내는 게 일이며, 텔레비전 앞에서도 딴 생각을 하기 일쑤다. 깊어지는 주름만큼 투정이 늘고, 어떤 이들은 보호를 받야야할 정도로 허약하다. 황혼의 눈부심보다는 왠지 우울한 기운이 먼저 느껴진다. 만약 이자형•이신일 부부를 만날 수 있다면 위에 열거한 일부 사회적 시각이 얼마나 편협하고, 무감각하고, 무례한 지 쉽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75년을 부부로 살아온 이들에게 하루하루는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의 큰 축복이다. 책에서 살짝 베낀 얄팍한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도 있다. 세월이 노부부에게 준 선물이다. 그 세월은 이 부부의 유머감..
한국계 ‘수퍼 소녀’ 고보경(리디아 고)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역사를 새로 썼다. 고보경은 ‘CN 캐나다 여자오픈’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며,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마지막 날 고보경은 10번홀부터 버디 4개를 잡아내며 신들린 퍼팅샷을 과시하기도 했다. 고보경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밴쿠버 한인들의 따뜻한 응원에 더 큰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고보경과의 일문일답이다. -최연소 우승 기록을 16개월이나 앞당겼다. 현재 소감은? 더할 나위없이 기쁘다. 마지막 몇 개 홀을 앞두고 신경이 무척 날카로워져 있었다. 하지만 함께 경기를 치뤘던 스테이시 루이스가 “넌 해낼 수 있다”고 격려해 준 것이 큰 힘이 됐다. 스테이시 루이스와 같은 프로들과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건 ..
김동명 감독도 용호상 부문에 진출한 또 한 명의 반가운 얼굴이다. 밴쿠버 국제영화제가 주목하고 있는 김 감독의 작품은 ‘피로’다. 그녀의 표현을 빌자면 찌질한 사람들의 모습을 영화 ‘피로’속에 고스란히 담고 싶었다. ‘찌질한’과 ‘피로’ 두 단어가 왠지 잘 어울린다. “이번이 두번째 장편 작품인데, 첫 장편을 찍고나서는 한 2년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거의 공황 상태였죠.” 다시는 영화를 하지 못할 거란 두려움도 생겼다. “첫 장편 때 제작지원을 받게 됐는데, 그 덕분에 좋은 장비를 갖추고 실력있는 스태프들과 일할 수 있었어요. 인간적으로 욕심이 많이 났죠. 그런데 영화작업에서 더 중요한 건 장비나 실력보다는 사람들과의 소통인 것 같아요. 저는 소통하는 법을 잘 몰랐어요. 그래서 많이 힘들었죠.” ..
김경묵 감독의 시선은 늘 ‘마이너리티’를 향해 있다. 특히 성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김 감독은 자신의 영상언어를 통해 사회적 통념상 받아들이기 힘든, 그래서 불편한 사실에 대해 얘기하고자 했다. 이십대 젊은 감독은 ‘나와 인형놀이’ ‘얼굴 없는 것들’ ‘청계천의 개’ 등의 작품을 통해 주목 받았고, ‘줄탁동시’로 밴쿠버 국제영화제의 초대를 받았다. 그는 용호상 후보 명단에 자신의 이름 김경묵을 올렸다. 용호상은 출중한 작품세계를 보여준 아시아의 젊은 감독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밴쿠버 국제영화제를 찾게 된 건 이번이 두번째에요. 지난 2006년 때도 초대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이 도시가 제겐 친근하고 그리 낯설지가 않네요.” 김 감독은 고교를 자퇴했다. ‘공부보단 영화가 미치도록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