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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에서 세탁소 창업하기, 성공 열쇠는?

Myvan 2017. 6. 29. 02:56

낯선 길을 운전할 때, 성능 좋은 네비게이션은 훌륭한 조력자가 된다.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면, 초행길도 익숙해진다. 생소한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예비 창업자에게도 네비게이션 같은 존재는 절실하다. 14년간 세탁업에 종사하고 있는 손병헌씨도, 비즈니스라는 전쟁터에 첫 발을 내딛고자 하는 이들에겐 늠름한 길 안내자가 되어줄 수 있는 한 명이다. 손씨는 현재 재향군인회 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73년 밴쿠버로 이민 온 손병헌씨에게도 ‘첫 시작’은 있었다. 정보나 자금력 모두 부족하던 때였다. 그 역시 백지에서 출발했다. 그 백지에 자신만의 지도를 새기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엔 버섯농장에서 일했고, 기계제작소에도 다녔습니다. 저만의 사업을 시작한 건 나중 일이었어요. 80년, 캘거리로 건너간 후였죠.”


파트너와 함께 공병가게(바틀디포)를 창업했는데,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다 공동 사업자가 일을 그만 두면서, 손병헌씨도 일을 접었다. 15년 전에, 그는 밴쿠버로 돌아왔다.


“공병가게를 정리하고 식료품가게를 열었는데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준비가 부족했던 탓이었어요.”


사업 전적 1승 1패. 승률을 높이기 위해 그는 신중하고, 또 신중했다. 그런 손씨의 눈에 들어온 아이템이 세탁업이었다. 식료품점과는 달리 재고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한국사람만의 근면하고 깨끗한 이미지만 활용하면 충분히 좋은 승부가 될 것 같았다.







<돈은 사람 있는 곳으로 흐른다>


 차기 사업으로 세탁업을 선택한 손병헌씨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우체국이었다. 


“사업하고자 하는 지역의 가구수를 정확히 조사하기 위해서였죠. 창업 광고 편지를 보내러 왔다고 하면, 우체국에서 그 지역에 몇 집이 살고 있는지 알려주죠. 경쟁업체가 몇 군데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죠. 그 가구수와 경쟁업체 수를 토대로 예상 매출을 계산했습니다. 예상매출에서 렌트비 등 경비를 제외하면, 내 손에 떨어지는 돈이 대략 얼마가 될 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몰비즈니스의 순수 이익률은 30%를 밑돌면 안 됩니다.”


지역 학교에 가서, ESL 학생의 비중도 체크했다.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세탁소를 더 자주 찾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탁업은 동네 장사, 친구가 되자>


캐나다에서는 기부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게로 직접 찾아와 도움을 청하는  이들도 많다. 그럴 때마다 손병헌씨는 자신의 지갑을 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순수한 마음으로 기부했는데, 이 점이 사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


“입소문이 좋게 나기 시작했죠. 이곳에서는 학교 학부모회에서도 기부활동을 꽤 하는데, 그 학부모들이 저희 입장에서는 고객이기도 하잖아요. 이렇게 기부를 하다보니까, 동네 행사에 초대를 받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죠. 기부액수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뿐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영어실력과 상관 없이, 손님들에게 자신있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태도도 중요하다. 세탁업은 서비스를 파는 것이기 때문에, 무뚝뚝함은 버려야한다. 손씨는 잔뜩 얼룩진 옷을 맡기러 온 손님에게 “네가 할 일은 단 하나, 이 옷을 다시 더럽히는 거야”라는 농담을 건넨다.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즉 친구가 된 것이다.



<’실수’ 를 기회로, 고객 충성도는 이렇게 키운다>


손님이 맡긴 세탁물에 손상을 입히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방법으로 변상해야 할까. 규정에 따르면 몇 년 된 옷인지에 따라 물어야하는 돈의 액수가 달라진다고 한다. 하지만 손병헌씨는 이런 규정을 무시한다. 손님이 원하는대로 다 들어주는 것. 이것이 손씨만의 규정이다.


“실수를 할 때마다 바로 손님에게 전화를 합니다. 자기 옷을 망가뜨렸다는데 좋아할 사람은 없겠죠. 하지만 처음엔 기분이 나빴다가도, 대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 누그러지요. 어떤 사람은 빨리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도 합니다.”


손님이 원하는대로 피해액을 다 변상해 주면 가게 입장에서는 큰 손해다. 하지만 단골손님 한 명을 확보했다고 생각하면, 장기적으로는 이롭다. 손병헌씨에게 실수는 곧 기회인 셈이다.



<고객의 눈을 자극하라>


세탁업을 하면서 손씨는 이불빨래에 특히 주목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집에는 이불빨래를 깨끗이 할 만한 큰 세탁기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지역에 4000세대가 살고 있고, 집마다 이불이 네 채 정도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럼 1만6000채의 이불이 있는 거죠. 이 이불을 1년에 한번씩만 세탁한다고 가정해 보면, 이불 빨래에 대한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장사가 될 거라는 판단이 서자, 손병헌씨는 이불빨래 보관함을 매장입구에 배치했다. 고객들에게 ‘이 집 이불빨래도 하는구나’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고객의 눈을 자극하는 겁니다. 이불빨래 보관함이 눈에 자꾸 보이다 보면, 다음에는 이불빨래도 맡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끝으로 손병헌씨는 캐나다 사회에서 살아남는 요인으로 근면, 청결, 진실성을 꼽았다. 다소 진부하게 들리지만, 어느 ‘네비게이션’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핵심 메뉴얼이다.


*이 인터뷰는 2011년 9월 9일에 작성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