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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섬의 보물, 토피노를 가다

Myvan 2018. 2. 7. 08:41

밴쿠버 바다는 다소 밋밋한 면이 있다. 바다 냄새는 서툰 바리스타가 만든 아메리카노처럼 연할 때가 많고, 바람도 콧등을 살짝 간지럽히고 스치는 수준이다. 거의 예외 없이, 파도는 잔잔하다. 혹자에 따르면 밴쿠버아일랜드가 거대한 방파제처럼 밴쿠버 앞바다를 끌어안고 있는 탓이다.

이처럼 호수를 닮은 바다도 나쁘지 않다. 바닷가는 훌륭한 산책로가 되어 주고, 그 길 위의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더 우렁찬 바다의 소리를 귀 기울이고 싶다면, 떠나야 한다. 밴쿠버아일랜드의 반짝이는 보석 토피노로.

 

 

 

나나이모, 달콤한 도시

웨스트밴쿠버 호슈베이 선착장에서 훼리를 타고 나나이모에 내린다. 밴쿠버아일랜드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이 도시, 나나이모가 토피노 여행자들이 거쳐야 할 첫 번째 관문이다. 도시는, ‘두 번째로 큰’이라는 수식어와는 걸맞지 않게 소박하다. 그런데 끌리는 소박함이다. 아담한 다운타운을 투벅투벅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건물은 낮고, 길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첫 번째로 나나이모 박물관(100 museum Way. Nanaimo)에 잠시 들러 도시의 역사를 확인한다. 시간이 남는다면 마페오서튼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날 좋은 여름에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시간이 남지 않더라도, 혹은 달콤한 맛에 끌리지 않더라도 나나이모에 온 만큼 나나이모바는 맛보는 것이 좋겠다. 아시다시피 나나이모바는 나나이모에서 태어났고, 이후 캐나다를 대표하는 디저트로 성장했다.

 

 

 

지붕 위 염소가 그리 재밌을까?

지도상 밴쿠버아일랜드의 동쪽 끝 나나이모에서 서쪽 끝 토피노까지의 거리는 207km, 자동차로 네 시간은 족히 달려야 한다. 길은 아름답지만, 이 아름다움에 한눈을 팔아도 될 정도로 길이 순탄하지는 않다. 장시간 운전을 대비해 쿰스컨츄리마켓(Coombs Country Market)에 들린다. 나나이모를 출발한 후 대략 30분, 거리로는 43km 정도를 달리면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흔히 ‘지붕 위의 염소’로 유명하다. 시장 안은 각종 공예품과 먹거리로 채워져 있는데, 그랜빌아일랜드 퍼블릭 마켓에 온 듯한 느낌도 든다. 그리고 말 그대로 지붕 위에 살아 있는 염소들이 돌아다니는데, 이 모습에 아이들은 꺄르르 반응한다. 이렇게 즐거워 하니 염소에 별다른 눈길을 주지 않는 냉소적인 어른들도 발품에 대한 보상을 얻는 듯 하다.

 

 

 

토피노, 원시의 광활함을 느끼다

누군가는 토피노를 ‘숨은 보석’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공개된 유명 스타에 훨씬 가깝다. 관광청 설문조사에 따르면 토피노는 BC주민이 꼽은 주(州)내 제 1의 관광 명소다. 토피노가 사람들을 홀리는 배경은 당연히 이곳 바다에서 찾을 수 있다. 토피노의 높고 다채로운 색깔의 파도는 밴쿠버아일랜드의 작은 어촌마을(토피노 인구는 대략 1800명이다)을 캐나다를 대표하는 서핑 명소로 만들었다. 쌀쌀한 바람에도 서핑족들은 바다에 몸을 맡긴다. 바닷가 주변에는 서핑 렌탈 가게와 강습소가 여럿 돼, 호기심 많은 서핑 초보의 마음을 흔들기도 한다. 패딩보드도 토피노 바아에서 즐길 거리다. 하지만 바다에 몸을 맡길 만큼 적극적이지 않다면, 그냥 바닷가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평범하게 행복해질 수 있다. 길이 16km의 롱비치는 영화 <혹성탈출>의 무대가 되어준 곳으로, 광활함의 사전적 의미를 실제로 보여준다. 토피노의 명물로 통하는 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배 투어 상품도 있는데, 몇 차례 큰 사고가 있었다는 점은 알아둘만하다. 토피노에 바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시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신비스러운 트레일 코스도 많다. 특히 퍼시픽림국리비공원(Percific Rim National Park)과 레인포레스트트레일(Rainforest Trail)은 놓치기 아깝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마퀴나 주립공원에 자리한 핫스피링코브 방문도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온천욕과 트레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토피노 맛집은 살짝 비싼 게 흠이다. 기가 막힌 스테이크와 굴요리를 선보이는 곳도 있지만, 무슨 영문인지 문을 닫아버린 곳도 있고, 여하튼 싸지 않다. 하지만 이런 고급요리점(?)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맛집이 있다. 길거리 음식이긴 해도, 아니 길거리 음식이라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곳이다. 바로 ‘타코피노’가 주인공이다. 밴쿠버 다운타운에도 분점이 있긴 하지만, 타코피노의 음식은 토피노에서 즐기는 게 제격이다.

#타코피노 1184 Pacific Rim Hwy. Tof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