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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밴쿠버 론즈데일키 워트프론트 파크에 가다

Myvan 2017. 7. 22. 00:48

우디 앨런이 30여년 전에 만든 흑백영화 ‘맨하탄’ 속으로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뉴욕과 만나게 된다. 감독이 흑백 필름 위에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새겨 놓은 도시 뉴욕은 삭막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포근한 느낌이다.

밴쿠버 다운타운도, 비록 그 규모는 소박하지만, 그 도시의 속살을 들춰보면 마음에 품고 싶은 곳이 한둘이 아니다. 개스타운에서는 증기시계의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랍슨가의 세련된 상점들에게도 쉽게 눈길이 간다. 컨벤션 센터 인근 또한 걷기에는 그만이다.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웨스트 조지아가 위에서도 도시만의 기운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서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원시림을 품고 있는 스탠리파크와 마주치게 된다. 각각의 매력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소개할 계획이다.

도시의 속살을 좀 더 멀리서 지켜보면 색다른 감정을 즐길 수 있다. 최적의 장소는 노스밴쿠버 론즈데일 키 시버스(Sea bus)역과 맞붙어 있는 공원이다. 이름은 ‘워터프론트 파크’. 메트로 밴쿠버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공원이다.

시버스 역 뒤에 살짝 숨어 있는 느낌이기 때문에, 이 지역이 생소한 이들은 론즈데일 키 마켓에서만 노닥거릴 뿐, 공원으로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흔치 않다.

워터프론트 파크를 찾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약간의 번잡함을 피해 서쪽 주택가로 발걸음을 옮겼을 뿐인데, 그곳에 공원이 있었다. 입구 언저리에 제주의 상징물 ‘돌하르방’이 서 있는게 우선 재밌다. 돌하르방 옆에서 사진 찍기 놀이를 해도 즐거울 듯. 하지만 이 공원의 주연은 낯익은 조각품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다소 둔탁해 보이는 벤치가 워터프론트 파크의 숨은 주인공이다.

어느 화창한 날, 그 벤치에 앉아 있으면 평범하게 즐거워진다. 다운타운의 풍경을 한눈에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한 다운타운의 고층빌딩들, 바다 위에서 잠시 쉬고 있는 화물선, 그리고 스탠리파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현대도시를 설계하면서도 원시림에 큰 생채기를 내지 않은 캐나다인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어진다.

기분이 한결 밝아진 상태에서 공원 주위를 걷다 보면, 왠지 유명세와는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이곳도 어느새 다시 찾고 싶은 산책로로 변신해 있다.

다시 벤치로 돌아와 앉았다. 영화 ‘맨하탄’에서, 벤치에 앉아 뉴욕과 맨하탄 다리를 바라보는 남녀 주인공을 흉내내듯, 밴쿠버 다운타운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풍요로운 자연과 현대적인 감각을 동시에 뽐내고 있는 이 도시에 저절로 연애걸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