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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명소, 밴쿠버가 아름다운 이유 먼디파크

Myvan 2017. 7. 18. 15:39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밴쿠버의 사진을 보여주면 반응이 한결 같다. 사람마다 표현은 달리 해도 내용은 단 하나, ‘부럽다’는 것이다.


어떤이는 한술 더 떠서 밴쿠버를 ‘천국’이라고 칭송한다. 밴쿠버 역시 살아가는 고민들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천사들이 사는 도시라고 부르기에는 살짝 낯간지러운데도 말이다.


캐나다도 정치권발 추문에 가끔 시달리고 청년 실업문제도 만만치 않다. 밴쿠버의 경우 평범한 월금쟁이가 넘보기에는 집값 수준 또한 버거운 편이다. 서부 개척 시대도 아닌데 총격사건 소식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한국의 지인들에게 편지를 쓴다. “이곳도 말이지, 사람 사는 곳이야. 삶의 공간을 옮겼다고 해서 저절로 행복해 지는 일은 없다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지인들에게 밴쿠버는 여전히 이상향인 듯 보인다. 고집스럽게 ‘부럽다’는 얘기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현실주의자 혹은 염세주의자 흉내를 내며 “도대체 왜, 뭐가 부럽다는 게야?”하며 자문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숲에서 찾았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코퀴틀람에 위치한 먼디 공원(Mundy Park. 641 Hillcrest Street., Coquitlam)에서 그 답을 만났고, 호들갑스럽게 즐거워 했다. 숲이 내뿜는 공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산림욕의 사전적 의미를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정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신선한 공기다. 혹독하고 게다가 꽤나 무식한 정치인이 먼디 공원 내 공기에 세금을 매긴다 해도 ‘순순히 따라야지. 뭐 별 수 있나’하며 수긍할 것 같다.


주택가 한복판에 서 있는 이 숲은 깊다. 약간 으시시할 정도다. 거대한 나무 뒤에 숨어있던 곰이 길을 가로막고 나타나 ‘하이’하며 악수를 청할 것 같은 불안한 마음도 든다. 산책로에서 만난 맘씨 좋아 보이는 한 아저씨는 “곰이야 뭐 수시로 보는 것 아니겠냐”며 웃어 넘긴다. 곰 정도는 대수롭지 않다는 그의 태도에 용기를 얻어 산책로로 한발 두발 발걸음을 옮긴다.


공원의 규모가 꽤 큰 탓인지 산책로도 여럿이다. 레이크사이드 루프(Lakeside Loop)를 따라 걷다 보면 아담한 호수와 만나게 되고, 워터라인 트레일(Waterline Trail)은 말 그대로 졸졸 흐르는 물줄기를 길 양쪽에 두고 걷는 맛이 있다.


가장 긴 코스는 퍼리미터 트레일(Perimeter Trail)이다. 길이는 약 4km 정도로 느긋하게 걸어도 한 시간 정도면 넉넉히 ‘완주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오름막길은 단 한 차례 나오는데 경사가 완만해서 어르신이 걷기에도 별 무리가 없다.


각각의 산책길은 서로 엉켜있다. 걷다가 호수가 보고 싶으면 방향만 살짝 틀면 된다. 숲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이 즐거워진다고 생각하니, 오랜 시간의 산보 탓에 다리 근육이 살짝 땡기는 것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정표만 잘 눈여겨 보면 길을 잃은 염려는 없다. 물론 숲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길을 개척해 보려는 생각은 아예 접는 게 좋다. 먼디 파크를 홀로 찾는 것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위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곰 때문이다.


흑곰은 숫기도 없거니와 애초부터 인간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에, 여럿이서 웅성웅성 떠들며 걷는다면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단지 묵언수행하며 홀로 산책을 즐기다 보면, 곰이 슬쩍 다가와 등을 톡톡 두드릴 가능성도 있다. 먹을 것을 좀 나누자며 협박하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독해져야 직성이 풀린다면, 베어벨을 준비해 보길. 종소리가 질색인 곰들이 너그럽게 길을 내줄 수도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