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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서 와인 즐기기

Myvan 2017. 7. 15. 02:59

요리사이자 와인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박찬일씨는 “와인은 밥과 함께 곁들이는 그저 흔하디 흔한 국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와인을 앞에 두고 괜히 고상한 척 하지 말란 뜻이다. 맞다! 와인을 한 모금 입에 물고 이것저것 분석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전문가들의 몫이다.


보통 사람들은 맛난 음식과 그에 어울리는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게 오히려 행복이다. 이런 즐거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주인공은 와인메이킹 샵을 운영하고 있는 장혜진, 피터 부부다.


와인이 맺어준 두 사람의 인연

와인에 의미를 과다하게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두 사람에게 와인은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첫 만남 때부터 와인은 이들과 함께 했다. 그리고 와인은 지금 두 사람의 밥벌이이자, 행복의 원칙이다. ‘안주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2001년 이곳 밴쿠버로 어학연수 차 오게 됐는데, 그 이듬해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됐습니다.  와인파티를 통해서였죠. 호텔 같은 데서 하는 뭔가 거창한 파티는 아니었어요. 맘에 맞는 친구들과 와인 몇 병을 나누는 자리였을 뿐이지요.”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었다. 와인을 애지중지 아낀다는 것이 바로 그것. 그래서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가까워졌다. 장혜진씨에게 피터는 ‘달콤한 아이스 와인’ 같은 사람이다. 솔직히 이들의 러브스토리는 와인 한잔 걸치고 살짝 취한 상태에서 들어야 할 지 모른다.


“2003년 결혼해서 한국에서 한 1년 정도 생활하다가, 남편의 고향인 온타리오주에 정착하게 됐어요. 아주 작은 도시여서인지, 한국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지요. 남편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다시 밴쿠버가 그리워졌어요. 이곳에는 한인들도 많이 살잖아요. 피터도 한국 사람들을 무척 좋아하는 ‘친한파’거든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동안 피터씨는 ‘와인제조과정’을 공부했다. 단순히 돈벌이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좋아하는 와인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와인을 만드는 일이 결국 직업이 됐다.


“저희가 좋아하는 와인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어요. 그래서 아내와 함께 문을 연 것이 바로 ‘코르크스쿠르 와인메이킹’(corkscrew winemaking)이에요.”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진다고 했다. 그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금상첨화다. 그래서 그들의 일터에서는 즐거운 콧노래가 들린다.


“우리 둘 다 처음 해보는 사업이라 그런지 두려움 같은 게 있었어요. 창업절차도 꽤 까다로웠지요. 아마 먹을 거리를 취급하는 업종이라 그랬을 거라 생각합니다. 주류검사관의 감독을 받아야 하고, 식품검사, 수질검사도 통과해야 하지요.”


그래도 골치 아픈 각종 절차들을 3개월 안에 끝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제, 두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보자.


120여가지 와인 저렴하게 즐긴다

가게 안에는 120여 가지 종류의 와인들이 잠자고 있었다. 이윤보다는 품질을 먼저 생각하는 주인장들의 마음씀씀이 때문인지, 왠지 더욱 향긋한 냄새가 난다.


“와인 제조기간은 4주에서 8주가 걸리는데, 시간이나 품종에 따라 가격도 달라지죠. 한 통(30병 기준) 가격이 약 120달러에서 200달러 정도 됩니다. 병으로 계산하면 한 병당 4달러, 제일 비싼 것도 7달러가 채 되지 않지요.”


싼 게 비지떡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만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면, 와인메이킹 샵의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만의 맞춤 와인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양복도 맞춤양복이 더 비싼데, 와인은 안 그렇다. 주당들에겐 참 고마운 일이다.


“내가 어떤 와인을 좋아하는지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지요. 달콤한 와인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뭔가 쌉쌀한 맛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거죠. 그게 바로 와인메이킹의 재미에요.”

하지만 와인도 어디까지나 술은 술이다. 제대로 즐기려면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바깥 양반 피터씨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와인을 통해 열정을 만날 수도 있고, 재미를 찾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와인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항상 음식을 곁들여야 합니다. 물론 곁에는 맘에 맞는 친구가 있어야 하지요.”


*이 인터뷰는 2009년 4월 24일에 작성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