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스토리
캐나다 밴쿠버에서 핸디맨 되기 본문
캐나다 사회에 보다 쉽게 안착하기 위해선, 영어실력 혹은 충분한 자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물론 맞는 얘기다. 하지만 영어 울렁증이 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총탄이 충분하지 않다고 해서, 창업과 인연을 맺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확실하다면, 누구나 성공의 짜릿함을 맛볼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핸디맨 천세범씨가 지금부터 ‘그 길’을 알려준다.
천세범씨는 경제적으로 꽤 넉넉한 사람이다. 소위 말하는 ‘허드렛일’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만 하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못 견디는 타고난 DNA 탓에 늘 일복을 안고 산다.
“한국에 있을 때는 냉동설비 기사로 일했어요. 개인사업도 8년 정도 했는데, 자녀교육 때문에 캐나다 이민을 결심하게 됐지요. 밴쿠버에는 지난 2005년 8월에 정착했습니다.”
이민오자 마자 그는 일부터 찾았다. 밴쿠버와의 허니문을 즐길 만도 한데, 천세범씨는 ‘새색시’에게는 별 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저 ‘놀고 지내는 것’이 싫었다.
“처음에는 냉동설비 회사에서 헬퍼로 일했어요. 이곳 시장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하지만 조건이 너무 맞지 않아서 얼마 안돼 그만 두고 말았습니다. 저만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섰지요.”
영어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한인을 마케팅 타겟으로 삼았다. 파이가 작을 거란 우려도 있었지만, 충분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어 보였다. 사업 아이템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으로 택했다. 이민 온 지 6개월 만에 그는 ‘핸디맨 서비스’의 대표가 되었다. 일종의 1인 기업이다.
“영어를 못한다는 단점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게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손기술이 있고, 고객 상대 경험도 아주 풍부합니다. 냉동기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잘못됐는지 바로 알아낼 수 있거든요. 바로 그 장점을 믿었던 겁니다.”
핸디맨 천세범씨는 못 고치는 것이 없다. 가정집 냉장고나 세탁기부터 각종 전기시설까지, 핸디맨의 손길만 닿으면 원래 모습을 되찾는다. 말 그대로 ‘신의 손’인 셈이다.
“창업 비용은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광고비 지출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이른바 ‘맨손 창업’인 셈이죠.”
‘핸디맨 서비스’의 연 매출은 현재 약 15만 달러 정도. 다른 업종에 비해 이익률이 월등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듯한 회사 사장님이 부럽지 않은 규모다. 이런 성과를 얻기까지에는 남다른 노력이 숨어 있었다.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지요. 어설프게 고치면, 바로 안 좋은 소문이 돌기 때문이에요. 한인 고객들은 ‘덤’을 종종 바라는데, 저는 싫은 표정 하나 없이 이런 요구들을 전부 들어줬어요. 일을 끝내면 항상 뒷정리도 확실히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입소문이 금방 나더군요.”
이 일을 하면서 가슴 쓰린 경험도 종종 한다. 몇몇 고객들이 자신을 ‘머슴’으로 취급할 때다.
“초기에는 갈등도 좀 있었어요. 나이 어린 고객들이 반말을 건넬 때는, 마음 고생도 좀 심했지요. 하지만 저는 일 자체를 좋아합니다. 일을 안 하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거든요.”
천세범씨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 현지 라이센스 취득을 위해 BCIT에 등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단점인 영어실력도 어느 정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몇 년 후에는 집 전체를 리모델링 하는 일을 할 계획이에요. 가장 낡은 집을 사다가, 가장 세련된 집으로 바꾸는 거죠. 이 일도 부가가치가 충분히 높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2009년 1월 26일에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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