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스토리
캐나다 밴쿠버에서 치기공사 되기 본문
밴쿠버에서 한인들의 입지가 가장 공고한 분야 중 하나로 치기공 업계가 자주 거론된다. 실제로도 그러한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집 근처, 직장 근처 치기공소를 한번 방문해 보면 된다. 그곳이 어디가 됐든, 그곳의 운영자가 누가 됐든, 그곳의 최고 기술자는 아마 한인일 확률이 높다. <이 직업 어때요?>의 두번째 탐구 대상은 바로 치기공사다.
“그 시작은 미약하지만…”
치기공사가 되는 방법은 너무 단순해서 그 과정을 말하는 것이 살짝 민망할 정도다. 특정 교육기관(밴쿠버에서는 밴쿠버공립학교와 CDI가 있다)에 들어가서 관련 교육을 이수한 뒤 취업에 성공하면, 당신은 치기공사로 일할 수 있다. 만약 치기공사협회(CDT)에 자신의 이름이 등록되어 있다면, 해당 면허증 취득 없이도 치기공사로 일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누군가와 동업하지 않고 자신만의 치기공소를 차리려 할 때, 그제서야 반드시 필요한 것이 치기공업계에서는 면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구직 전선에서 가장 만만한 상대가 치기공사 같다. 하지만 이 생각은 곧 달라졌다. 치기공사 경력 47년인 한상천씨(사진)와 현재 치기공소를 운영 중인 김세진(가명)씨의 경험담을 들은 후다. 두 사람은 치기공사 구직 현황부터 근무 여건, 향후 전망까지 상세하게 소개했다.
밴쿠버 초기 이민자들 중, 치기공사로 일하셨던 분이 여럿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인 치기공업계의 그 역사가 우선 궁금합니다.
한상천(이하 한)_ 한국의 치기공사들이 캐나다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60년대 말이라고 들었어요. 그 치기공사들이 당시에는 앨버타주, 새스케추완주에 흩어져 있다가 70년대 들어 밴쿠버로 모였고, 이후 70년대 중반부터 약 20년 동안은 새 이민자의 발길이 뜸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90년대 중반 들어서면서부터 한국의 치기공사들이 밴쿠버에 많이 정착하게 됐습니다.
6,70년대에는 치기공사에 대한 대우가 지금보다 더욱 좋았고, 그래서 사업적으로도 많이 괜찮았다고 하던데요.
한_그런 얘기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대우는 지금이나 그때나 아마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단지 6,70년대에는 물가가 워낙 쌌기 때문에 돈의 가치가 그만큼 높았겠지요. 조금만 노력해도 집을 장만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김세진(이하 김)_요즘에는 치기공소간 경쟁이 심해져서, 기공료를 올리는 것도 힘들어진 게 사실이에요.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현재 치기공사의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요?
김_한마디로 천차만별이에요. 우선 경력이 전혀 없는 경우라면 일반적으로는 시간당 12달러 정도를 받게 됩니다. 7,8년 경력은 쌓여야, 한달 급여가 3500달러까지 높아질 겁니다.
어떤가요, 취직은 쉬운 편인가요?
한_ 제가 보기엔 치기공 학교가 학생들 취업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더군요. 학교를 다니게 되면 실습 기회도 얻게 되고, 이 실습을 통해 자신이 치기공 일에 적합한 사람인지 아닌지 알게 되니까 그것도 좋은 것 같고….
김_경력이 아예 없다면 취직하기 많이 힘들 거에요. 초보자를 채용하는게 기공소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거든요.
초보자를 채용하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이익 아닌가요?
김_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초보자들은 실수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때마다 경력자가 자기 시간을 써가며 그 일을 수정해 줘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인건비가 더 지출되는 셈이니까 결과적으로는 손해죠. 때문에 치기공소에서는 경력자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어요.
사람 구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김_매우 쉬운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취업 공고를 내면 전세계로부터 하루 20통 이상의 이력서가 도착하니까요. 치기공사 취업 후,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flickr/Partha S. Sahana(cc)
“평생 직업, 기술 인정받으면 높은 수입 올릴 수 있어”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만 고려하면, 치기공업계에 도전하기가 많이 망설여지는 게 사실입니다. 초보자인 경우 보수도 생각한 것보다는 적은 것 같고, 구직 경쟁도 치열해 보이니까요.
한_자기 적성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오래 버티기 힘든 일이에요. 손재주도 좋아야 하고, 관련 지식도 확실히 습득해야 하고… 좋은 치기공사가 되기 위해선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김_거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끈기 있는 사람이 치기공사에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하는 일은 쉽게 얘기해서 자기 자신과의 싸움 같아요. 5년을 일해도 실력이 는다는 느낌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일 시작한 지 얼마 안돼 다른 업계로 이동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른바 “열매”는 언제쯤 따게 되는 건가요?
김_10년 정도는 지나야 “내가 뭘 좀 아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때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다른 말로 장인이 되기까지 꾸준함만 유지할 수 있다면, 그 결과는 꽤 달콤할 겁니다.
대우가 많이 달라진다는 건가요?
한_대우도 대우지만, 치기공 일…이게 평생 직업이에요. 기술만 있다면 일은 언제든지 할 수 있지요.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김_장인들 같은 경우엔 시간당 40에서 50달러 정도를 받습니다. 특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얘기가 또 달라져요. 밴쿠버 뿐 아니라 북미주 전역을 대상으로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까지 오게 되면 거의 대부분 자신만의 치기공소를 열게 됩니다.
“치기공사는 평생 직업”이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구체적 이유가 있습니까?
김_일을 1,2년 정도 쉬면 다시 그 일을 하기가 어렵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치기공 일은 안 그런 것 같습니다. 장인이 되기까지 10년 이상 투자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오랫동안 업계를 떠나 있었다 해도 한두 달만 투자하면 원래의 감각을 회복하지요. 몸으로 부딪혀서 배운 일이기 때문이지요,
*이 인터뷰는 2015년 2월 6일에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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