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스토리
캐나다 밴쿠버 산악인 이야기, 밴쿠버 추천 등산 코스 본문
낯선 땅에 정착한 이민자에게 성공은 무엇일까? 넓직한 마당을 과시하는 하우스와 그 앞에 주차되어 있는 고급 자동차가 성공의 첫 번째 모습이 될 수 있겠다. 반듯하게 자라나 부모의 자랑거리가 되어 준 자녀 역시 애써 살아온 날들에 대한 보답이 되기에 충분하다. 좀 소박하게 보자면 푹신푹신한 소파 위에 앉아 맥주 몇 잔과 함께 즐기는 하키 중계에서 성공의 의미를 찾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성공 혹은 그로 인한 행복감은 자로 잰듯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저마다의 정의는 오답을 가린다는 게 거의 무의미하다. 하지만 밴쿠버에서는 ‘성공이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한가지 조건을 대지 못하면 정답 처리가 좀 힘들 것 같다. ( )을 하지 않으면 이곳에서는 성공했다 말 할 수 없지,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너무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괄호 안에 들어갈 정답은 바로 산행이다. 서부캐나다한인산악회의 이순근 고문도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주저없이 산행을 꼽는다.
1983년 밴쿠버에 정착한 이순근씨는 이민 이듬해부터 치기공사로 살아왔다. 분주한 삶이 14년째로 접어들 때, 그는 자신의 몸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자각하게 된다. 아무리 깊은 휴식을 취해도 피곤함은 사라지지 않고, 툭하면 식은 땀을 흘리곤 했다. 몸은 불덩이 같은데도 늘 한기가 느껴졌다. 체력은 쉽게 고갈되고, 그러다보니 일도 하기 싫어졌다. 그런 그에게 주변의 한 지인이 말했다.
“어이, 산에 한번 가보지 그래.”
15년 전 이순근씨가 산행과 인연을 맺게 된 첫 시작이다.
“지금의 내 몸, 산이 만들어 주었다”
건강에 큰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심각한 지병이 있었던 건 아닌데, 갇힌 공간에서 일만 계속하다 보니 한마디로 몸이 곯았던 거죠. 저희처럼 오랜 시간 앉아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적당한 운동이 참 중요한데, 처음엔 그걸 잘 몰랐어요.”
그런 체력으로 산행이 가능했습니까? 밴쿠버의 산은, 뭐랄까… 좀 거친 면이 있잖아요.
“첫 산행은 잊지 못해요. 너무 힘들었거든요. 샤논폴 지역이었는데, 너무 가팔라서 멀미가 다 날 정도였어요. 혼자 갔다면 아마 코스 중간도 못 가서 포기했을 겁니다.”
동행이 있었군요.
“산악회에 가입했는데, 그곳 회원들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격려도 있었고, 다른 사람들보다 뒤쳐지면 안 된다는 마음에 부지런히 산을 오르게 된 거죠.”
혼자 산에 가야 자기 시간 같은 것을 더 많이 갖게 되지 않을까요?
“단독 산행은 위험해요. 초보자라면 더욱 그렇죠. 이곳의 산은 산세가 험하고, 어떨 때는 길도 잘 안 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난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죠.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산을 타고, 그후 지리에 밝아지면 혼자 움직이는 것도 괜찮겠지요. 그래도 자만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다시 첫 산행 얘기를 해볼께요. 멀미가 날 정도로 힘들었는데, 계속해서 산을 찾은 이유가 있습니까? 건강을 위해서라면 좀 더 가벼운 운동을 찾을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묘한 중독성 같은 게 있더군요. 산에 오르면서 숨이 턱턱 막혀올 때는,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지?’라는 일종의 자괴감까지 느껴지는데 집에 돌아오면 마음이 달라져요. 하루 이틀 지나면 다시 산을 찾고 싶고, 다음 코스가 어디일지 궁금해지고 그러죠.”
그런 중독성이 왜 생길까요?
“몇몇 사람들은 산에 가면 저절로 평안해지고 사업구상 같은 것도 보다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말해요. 그런데 실상은 그게 아니에요. 산을 오르는 중간에는 오로지 힘들다는 생각 뿐이에요. 다른 잡념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거죠. 몸이 너무 힘들다 보면 말 그대로 본능에만 충실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거치면 표현하기 힘든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 점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해서 산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밴쿠버에서는 이 기분을 보다 쉽게 느낄 수 있지요. 어디에서든 산을 찾을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산악회도 저희 모임 이외에도 여럿 있으니까요.”
산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 바로 건강이라고 하던데요.
“물론이지요. 제 몸도 참 많이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골프도 치고 사냥도 하고 그랬는데, 산행을 시작하고 나서는 거의 모두 접었죠. 그만큼 산이 좋고 산 때문에 얻게 된 것이 많아요. 저 뿐만 아니라 산악회 활동 후 건강을 되찾는 분들을 여럿 봤어요.”
“천천히 올라라, 그래야 더 많이 보인다”
본격적으로 산행 얘기를 해볼께요. 산을 제대로 즐기고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산악회에 가입했다면 산행 대장의 말을 잘 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날그날 코스에 따라 산행 대장들이 정해지는데, 이 사람들은 산길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요. 때문에 산행 대장의 조언, 예를 들면 ‘여기 돌은 미끄러우니까 더 조심해야 된다’는 식의 얘기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체력이 좀 된다고 해서 아는 척 하고 앞서 나가게 되면 꼭 문제가 생기죠.
장비도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등산화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등산화를 고를 때는 발목 위까지 올라가는 ‘하이컷’이 좋아요. 많은 사람들이 하이컷은 좀 무겁다는 이유로 로우컷(일반 신발 형태의 등산화)을 선호하는데, 그리 좋은 태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로우컷을 신게 되면 산을 내려올 때 자칫 부상당할 확률이 더 높아지거든요. 돌멩이 하나 잘못 밟았다가 골절상을 입는 경우도 있어요. 때문에 좀 불편하더라도 처음부터 하이컷을 신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이컷을 신게 되면 발목 대신 무릎을 이용해서 걷게 되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추천해 줄 수 있는 브랜드가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제가 더 마음에 들어요. 한국 사람들의 체형에 맞게 만들어졌거든요. 이곳 등산화는 볼이 좀 좁아서 한인들이 신기에는 좀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아요. 신발은 바닥이 부드럽고 두툼한 것이 좋습니다.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거든요.”
등산복도 반드시 착용해야 하나요?
“여름철에는 일상복 차림으로 산행을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겨울철에는 방한·방수 기능이 있는 등산복이 필수죠. 면바지나 청바지를 입고 산을 타다가 땀이 나면 동상에 걸릴 수도 있어요. 요즘에는 사계절용 등산복이 나오는데, 이걸 구입하면 일년 내내 입을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아요.
옷을 고를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까?
“유명 제품인데 지나치게 싸게 판다면 좀 의심해볼 필요가 있어요. 고어텍스는 수명이 있거든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방수 기능 같은 것이 없어져요. 때문에 처음에 제대로 된 제품을 사는 것이 결과적으로 돈을 아끼게 되는 거죠.”
이밖에 필요한 장비가 더 있나요?
“스틱이나 무릎 보호대 등도 챙기는 것이 좋아요. 스틱을 사용하게 되면 힘을 약 30%까지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산을 내려올 때는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가게 되는데, 이때 스틱이 많은 도움이 되죠. 건강을 위해 산을 찾았는데, 오히려 무릎이 망가지면 그것만큼 속상한 일도 없겠지요. 산은 자신의 체력을 과시하는 공간이 아니에요. 여러 사람과 보조를 맞춰 천천히 오르는 것이 산행을 더 즐겁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만은 알아두자, “산에서 곰을 만난다면”>
사람도 곰을 무서워하지만, 곰(정확히 얘기하면 블랙베어) 역시 사람을 피한다. 하지만 곰은 어디까지나 곰. 성질을 돋구는 행동을 하면 위험천만하다. 때문에 곰과 마주치지 않는 것이 상책. 여럿이 무리지어 산을 찾으면 곰은 알아서 길을 내준다. 또 산에 갈 때는 단 냄새를 풍기는 사탕이나 껌 등은 챙기지 않는 것이 좋다. 곰은 후각이 워낙 뛰어나서 이 냄새를 따라 올 수 있다. 곰은 단 것을 무척 좋아한다.
곰 중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정답은 마냥 귀여워 보이는 새끼곰이다. 작다고 해서 먹이를 주려고 하다간 어미곰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새끼곰 근처에는 항상 어미곰이 있다는 점을 명심할 것. 새끼를 지켜야 한다는 본능 때문에 블랙베어답지 않게 난폭해질 수 있다. 새끼곰이 눈에 띄면 그 자리에서 되도록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주의, 또 주의했는데도 곰을 마주치는 다급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이때는 가만히 서 있는 것도 때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곰의 시력은 매우 나빠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으면, 사람인지 아닌지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순근씨가 추천하는 산행코스 6>
( )안은 등급, 코스 길이, 소요 시간
1.Buntzen Lake trail(초급. 10Km. 3~4시간)
10km 코스, 초보자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이곳에서 두달 정도 내공을 쌓게 되면 중급 코스로 올라설 수 있다.
2.Mt. Seymour (중급. 8km. 4~5 시간)
시모어 스키장에서 출발한다. 밴쿠버 전 지역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3.St. Mark’s Summit (중급. 11km. 5~6시간)
사이프레스 스키장이 시작점. 이곳에서는 호슈베이와 바다 건너 깁슨을 바라볼 수 있다.
4.Elk Mountain (중상급. 7km. 5~6시간)
칠리왁에 위치한 산으로 경사가 심하다. 마운트 베이커와 칠리왁 밸리를 바라볼 수 있다. 산행 시기는 7월부터 9월까지가 좋다.
5.Garibaldi Lake (중상급. 18km. 6~7시간)
코스는 길지만 경사가 완만하다. 위슬러에 위치해 있으며, 산악회원들이 뽑은 가장 전망 좋은 곳이다. 추천 산행 시기는 역시 7월부터 9월.
6.Wedgemount Lake (상급. 14km. 8~9시간)
위슬러 소재. 경사가 심하고 거리가 길지만, 산 정상에 오르면 호수와 빙하를 만나게 된다.
*이 인터뷰는 2013년 7월 12일에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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