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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에서 수의사로 일하기

Myvan 2017. 6. 29. 03:08

미지의 길에 발을 들여놓기란 언뜻 봐도 무척 버겁게 느껴진다. 길을 개척한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경우에는, 스스로 자신 인생의 가이드가 될 수밖에 없다. 수의사 김정래씨도 외롭게 미지의 길 위에 서 있었으며, 지금은 목적지까지 잘 달려 왔다. 


적어도 밴쿠버 한인사회에서 수의사는 무척 생소한 직업이다. 사실이 그렇다. 더듬이를 세워 보았지만 한국말을 구사하는 동물병원 원장은 그 동안 단 한 차례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에서 수의사로 활동하다 이민 후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은 더러 있긴 했어도, 한인 동물병원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였다.

그 미지의 길을 개척한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어반(Urban)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래 원장이다. 언어 장벽 없이 수의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한인사회 입장에선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김정래 원장은 서울대에서 수의학을 전공하고 한국에서 16년 전에 수의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캐나다에 정착한 것은 2007 6월의 일이다. 그의 동물병원은 밴쿠버 다운타운 버라드가와 데이비드가 교차점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





“수의사 자격 시험 ‘끈기’로 준비하다”

-한국의 수의사 자격증을 캐나다에서 인정받을 수 있나요?

별도의 면허 시험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한국 수의사가 이곳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국가가 수의사 면허를 주관하지만, 이곳에서는 협회가 관리하죠. 때문에 수의사로 일하고 싶다면 협회 등록부터 해야 하죠.

-자격증 취득 과정을 좀 더 상세히 알고 싶은데요.

한국에서 수의학과를 졸업했다고 해서 바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캐나다 연방협회 시험을 통과해야 해요. 외국 수의사인 경우 우선 등록 후 영어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그 후에는 수의사고시라 할 수 있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실기시험은 3일에 걸쳐 치러지는데, 꽤 까다롭기도 하거니와 비용도 만만치 않죠.(실기시험 전형료만 7000달러다.) , BC주 협회는 한 가지를 더 요구합니다. 수의사법 시험에도 합격해야 해요.

-시험 통과 때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물론 사람마다, 주어진 여건에 따라 준비 기간이 달라지겠지요. 제 경우는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협회 시험을 준비했는데 4년 정도 투자했습니다. 누구든지 끝까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캐나다에서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건 어떨까요?

수의사 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걸로 알고 있어요. 학사과정을 마치고 다시 수의과 대학에 지원하는 이른바 4+4년 제도입니다. 수의학 과정이 있는 학교도 많지 않고(실제로 4개 학교에 불과하다), 졸업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달리 생각하면 그만큼 직업 경쟁력이 높다는 얘기도 되겠지요.


“직업 전선 뛰어들기 전 캐나다 문화부터 이해할 것”

-(이민자 입장에서 보자면) 수의사 자격증만 취득한다면 정착 과정도 한결 수월해질 것 같은데요. 일단 전문직이잖아요.

저도 처음엔 그럴 줄 알았어요. 수의사가 인기 있는 직업이니까 자격증만 취득하면 이곳저곳에서 모시러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심각한 착각이었죠. 캐나다에서는 전문직이라도 인맥관계가 전무한 외국 수의사의 경우 취업의 기회가 현지인보다 적은 것 같습니다. 처음 정착한 곳은 앨버타주 캘거리였는데, 캐나다 수의사 면허를 준비하면서 캐나다 동물병원 경험과 그들만의 문화를 익히기 위해 1년 이상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것이 결국에는 취업에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캐나다 사회의 문화와 캐나다인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스스로를 고용하게 됐는데요.

목표는 애초부터 제 병원을 여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지인들과 함께 동물병원 여러 곳을 운영했는데, 원래 비즈니스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지금의 동물병원은 언제 열게 된 거죠?

2011 3월이니까, 개업한 지 이제 1년 가까이 됐네요.

-병원이 꽤 오래 된 것 같은데요.

지금 병원은 86년부터 이 자리에 있었어요. 그 병원을 제가 인수해서 새 단장을 한 거죠. 보다 나은 서비스와 원활한 진료를 위해 최신식 장비를 도입하는 등 시설을 확충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내 꿈의 종착지는 한인 동물병원 연합”

-비용 면에서 보자면 기존 병원을 인수하는 것보다 새로 문을 여는 것이 훨씬 나아 보이는데요. 일단 권리금은 아낄 수 있잖아요.

창업자금만 고려하면 그게 옳은 선택이겠죠. 하지만 제 경험만 놓고 보면 새로운 커뮤니티에서는 창업을 고려해 볼만 하지만 기존 커뮤니티에서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동물병원 역시 패밀리닥터 개념이라서 한번 병원을 정하면 다른 병원으로는 잘 가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새로 개업을 하면 고객을 찾기가 수월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 제 고객 대부분도 전부터 이곳을 이용한 사람들이죠.

-캐나다인의 성향을 잘 이해하는 것이 창업 희망자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겠네요.

그렇지요. 제 경우도 수의사로 일하기까지 시행착오를 적지 않게 겪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제가 밴쿠버에서 거의 유일한 한인사회 수의사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후발주자를 돕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요.

캐나다 수의사 면허를 받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수의사로서 일을 어떻게 시작하고 더 나아가 개원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많은 한인 수의사들이 캐나다에 와서 이곳 수의학 발전에 기여했으면 좋겠어요. 그들에게 개원 선배로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요. 밴쿠버 다운타운에서만 병원을 운영하게 되면 한인들에게 한정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지요. 앞으로 우수한 미래의 한인 수의사들과 협력해서, 메트로 밴쿠버의 여러 지역에서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 인터뷰는 2012년 1월 27일에 작성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