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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 양로원, 시니어하우스에 취직하기

Myvan 2017. 6. 29. 03:05

2002년 11월 이윤경씨는 홀로 캐나다행 비행기에 올랐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떠나는, 그래서 더욱 힘겹고 외로운 선택이었다. 한국의 한 대형은행에서 VIP 고객을 전담 관리했던 그녀에겐 달콤한 미래도 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이윤경씨에게 미래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디론가 떠나야만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를 흔든 것은 할머니의 죽음이었다.
“어린시절부터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서 그런지 서로간의 정이 애틋했죠. 그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까 도저히 마음을 추스릴 수 없었어요.”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6년 전부터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쇠약했다. 낙상사고로 몸져 누워있는 할머니를 손녀는 정성스레 간호했다. 그 시간을 보내면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노인복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것이 그녀가 맥매스터 대학에서 노인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다.


“노인들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그래서 토론토의 한 칼리지에서 노인들을 위한 레크레이션 프로그램 과정을 수료했고, 그 후에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대학교 진학을 결심했지요.”




총 6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이윤경씨는 자신의 정착지로 밴쿠버를 선택했다. 하지만 시니어하우스 같은 노인 관련 시설에서 일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력서를 숱하게 보냈지만 단 한 차례의 면접 기회도 잡을 수 없었다. 구인정보를 접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밴쿠버에는 시니어하우스마다 조합이 있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조합에서 우선적으로 구인정보를 공유하더군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외부에서 인력을 충원하지 않습니다.”


이윤경씨가 직장을 잡게 된 것이 바로 특별한 경우다. 그녀는 작년 9월부터 아메니다 시니어하우스에서 한인담당으로 일하게 되었다.


“조합내에 한국어 능통자가 없어서 저한테까지 기회가 오게 된 겁니다. 한마디로 저는 운이 무척 좋았던 거에요.”


시니어하우스에서는 많은 손들을 필요로 한다. 노인들의 식사나 약 등을 챙겨주는 케어코디네이터, 요리사, 건물관리인, 마케팅 직원, 하우스키핑 등 다양한 인력이 시니어하우스에서 일할 수 있다. 어찌보면 구직의 기회가 다양한 셈이다. 하지만 그 기회를 잡으려면 수순을 밟아야 한다. 출발은 자원봉사자다.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일은 비교적 단순해요. 노인들의 식사나 쇼핑을 도와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화상대가 돼 주는 거죠.”


자원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호출 근무(On Call) 자리를 얻게 된다. 이때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호출 근무 등으로 경력을 쌓게 되면 조합의 구인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만큼 구직 가능성이 높아지겠지요.. 물론 경력 이외에도 그 직종이 원하는 자격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이를테면 요리사로 일하고 싶다면 요리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고, 케어코디네이터직을 원한다면 칼리지 등에서 관련 공부를 해야 겠지요.”


문제는 전일제 혹은 시간제로 일하기까지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호출 근무로는 안정적인 보수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중도에서 포기한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볼 때는 호출 근무 경력이 많은 순서대로 직장을 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윤경씨는 노인들과 함께 있을 때 저절로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그녀의 진심은 아메니다 시니어하우스의 한인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 보인다. 이 곳 노인들에게 그녀는 피붙이나 다름 없다. 그녀를 보면서 시니어하우스에서 일하려면 경력이나 자격증 이외에도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노인을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 그들의 문제를 공유하려는 태도, 이런 것들이 시니어하우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인터뷰는 2011년 9월 25일에 작성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