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스토리
캐나다 밴쿠버에서 1인 무역회사 창업하기 본문
1인 무역회사 <글로벌서플라이트레이드ltd>의 김진기 대표(사진)는 솔직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에 불필요한 수식어를 보태지 않는다. 그저 솔직 그리고 담백하게 지난 시절의 창업 스토리를 진술할 뿐이다. 복잡하게 혹은 어렵게만 비춰지는 무역회사 설립과 운영에 대해 20세 후반의 이 청년은 “별 다를 거 없다”는 다소 싱거운 결론을 내렸다.
“치과의사 꿈꾸다 무역으로 눈을 돌렸다”
김진기씨의 인생 항로가 처음부터 "무역"으로 설정된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장사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의 목표는 달랐다. 토론토대학교에서 휴먼바이올로지를 전공한 그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간 뒤 가야 할 목적지를 수정했다. 사이언스 전공자는 의대나 치대 등에 합격하지 못하면 선택의 폭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의대 입시 준비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이른바 무역맨으로서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 지인 중 한 분이 중국에서 봉제인형 공장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그곳 제품을 밴쿠버 시장에 유통하게 됐어요. 그게 고등학교 때 일이었죠.
처음부터 직접 사업체를 차린 건가요?
아니요. 아버지 일을 도와드렸을 뿐이에요.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아버지를 대신해 제가 구매자들을 만났던 거죠.
물건 파는 일이 처음부터 괜찮았습니까? 어른들 사이에서 주눅들거나 그러진 않았는지 궁금한데요.
좀 부끄러운 기분이었죠. 내가 왜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인형 하나를 사달라고 부탁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하다보니 재밌던데요. 아마도 물건 파는 맛을 그때 알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런데 대학 전공은 무역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치과의사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휴먼바이올로지를 일단 전공한 건데,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SFU 생화학 연구실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좀 많이 따분했어요. 사람들과 얘기 나눌 기회조차 거의 없는 자그마한 연구실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을 연구한다는 게 마냥 싫었던 거죠.
그래서 창업을 생각하게 된 거군요.
저 고등학생 때부터 회사는 이미 차려져 있었잖아요. 예전에 해왔던 봉제인형 유통, 그 일을 2011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셈이었어요. 제가 토론토에 있을 때도 부모님이 회사를 관리해 주셨어요. 지금은 두 분 모두 한국에 계시지만.
진로를 바꾸는 것과 관련해 주변의 만류는 없었습니까?
전혀요. 아버지, 어머니는 절 지지해 주시는 쪽이에요. 반대하는 대신 오히려 용기를 북돋아 주셨죠.
“공급처와 판매처, 어떻게 확보할까?”
무역회사를 운영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무역이란 게 별 거 없어요. 공급처로부터 받은 물건을 이익을 남기고 파는 것, 이게 다죠. 이건 굳이 외국간 거래가 아니어도 다 통하는 원리에요. 토론토의 괜찮고 값싼 물건을 이곳 밴쿠버에 들여와 파는 것, 이것도 무역 아닐까요? 요즘에는 인터넷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쉽게 취합할 수 있잖아요. 개인적으로는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는 분야가 무역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공급처를 혹은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을까요?
공급처나 판매처, 둘 중의 하나만 있으면 나머지 하나는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게 제 신조에요. 저한테는 아버지 지인이라는 공급처가 있었잖아요. 하지만 설령 공급처를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아이템이 있다면 바이어와 먼저 접촉하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그 바이어와 상의해 판매할 물건 수량을 정한 뒤 그것을 만들어 줄 공급처를 찾으면 되니까요.
솔직히 말처럼 쉬울 것 같진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전세계에서 열리는 무역박람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특히 1년에 한번씩 열리는 중국의 켄톤페어는 가볼만 하죠. 일주일간 진행되는 트레이드쇼인데, 그 시간 내내 부지런히 돌아다녀도 다 둘러볼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거기 가면 전세계 공급처들을, 그러니까 자신의 아이템을 제품화해 줄 수 있는 공급처들을 죄다 만나게 됩니다.
판매처 확보도 중요한 문제 아닙니까?
그것도 무역박람회 참석이 답이에요. 무역박람회에 공급처만 오는 건 아니니까요. 물건을 사러온 소매상들도 박람회의 주된 고객인 거죠. 박람회장에 부스를 차려놓으면, 소매상들이 알아서 찾아오게 되어 있어요.
지금까지 취급한 아이템 중 최고의 히트 상품은 무엇이었나요?
제는 재고 없는 무역을 추구해요. 판매처가 원하는 수량만큼 공장에 주문을 하고 이후 만들어진 물건을 다시 넘겨주는 게 제가 하는 일이죠. 취급 제품은 봉제인형이 전부지만, 경제적으로는 별 불편함 없이 살고 있습니다.
현재 얼마나 많은 업체들과 거래를 하고 있습니까?
공장 세 곳으로부터 물건을 받고 있는데, 판매처는 일일이 세기 어려워요. 밴쿠버부터 토론토까지, 제 인형들을 많은 소매점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유통망을 구축했다는 예긴데, 이걸 다 관리하려면 일손이 딸리지 않을까요? 이런 상황에서도 1인 무역회사를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아직까지는 다른 직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혼자서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니까요. 심지어는 여행 가서도 이메일로 물품 주문을 받고 이를 처리할 수 있지요. 아무래도 인터넷의 도움이 큰 것 같습니다.
월드옥타에서 차세대 대표로도 활동 중이지요?
옥타와는 2011년에 처음 인연을 맺게 됐어요. 당시 옥타 무역스쿨을 수료했는데, 그때의 경험이 무역맨으로 성장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어떤 면에서요?
무역스쿨은 2박3일, 비교적 짧게 진행되지만 그 후의 얻을 수 있는게 많아요. 세계 곳곳에 지회를 둔 옥타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지요.
무역인으로서 자신만의 꿈이 있을텐데요.
제 기업은 이제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아이 같아요. 이 아이를 잘 키워야겠다는, 어떤 한계를 두지 않고 키워보겠다는 것이 제 마음이에요.
*이 인터뷰는 2016년 7월 1일에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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