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스토리
캐나다 밴쿠버에서 공증사가 되는 법 본문
특정한 사실을 공적으로 증명하는 행위, 즉 공증은 적어도 새 이민자들에게 있어서는 꽤나 익숙한 단어다. 공증이라는 절차를 통해 한국에서의 경력 혹은 학력 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위임장을 보내거나 영주권 카드를 다시 발급받아야 할 때도 공증은 필요하다. 이쯤 되면 공증은 마치 우리네 일상 생활의 한 부분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증사(Juris Notary)는 비교적 낯선 직업이다. 영사관 등에서 공증 업무를 해결해 봤던 사람들은 “공증사가 대체 뭐지?”라며 의아해 할 지 모른다. 어떤 이는 공증사의 필요성에 대해서조차 의문을 나타낼 수 있겠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곳 BC주에서 공증사는 위임장 위에 단순히 도장 하나 눌러주는, 그런 일만을 취급하지 않는다. 법적 다툼이 필요하지 않은 영역 안에서 여러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사람이 바로 공증사다. 각종 서류에 대한 공증 뿐 아니라 부동산 매매 등기부터 유언장 작성까지, 공증사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BC주 공증사는 한국의 법무사, 혹은 사무 변호사에 가깝다.
“공증사가 되기 위해선 어떤 준비 필요할까?”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만큼 공증사가 되는 과정은 까다롭다. BC주에서는 유난히 그렇다. 4년제 대학 졸업장과 최소 5년간의 경력, 나중에는 SFU 법학 대학원 과정까지 마쳐야 한다. 여기까지가 공증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필요 조건이다. 면접 시험도, 3일 내내 계속되는 필기 시험도 쉽지 않다. 현재 공증사로 등록된 사람 역시, BC주 전역에서 370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한인법률공증사무소>의 최병하 법률공증사를 만났다.
공증사 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들었어요. 특히 BC주에서는 선발 과정이 더 엄격하다면서요?
BC주에서는 공증사에게 주어진 권한이 타주에 비해 많은 편이에요. 예를 들어 부동산 매매 시 등기 처리부터 법률 조언까지, 공증사가 제공할 수 있는 법률 서비스는 그 종류가 다양하죠. 때문에 공증사가 되기 위해서는 폭 넓은 법률 지식이나 법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필수라고 생각해요.
공증사의 권한이 이곳 BC주에서만 유독 큰 이유가 있을텐데요.
캐나다 건국 초기 때 대부분의 도시들이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대요. 로키 산맥이 가로막고 있어 동부 사람들의 서부 이주가 수월치 않았고…. 이런 상황 속에서도 BC주에서는 법률 문제를 처리해 줄 사람들이 필요했어요. BC주가 바다를 끼고 있다보니 뱃길을 통해 각양각색 물건들이 유입됐고, 이에 따라 통관 업무가 발생했으니까요. 그 일들을 주로 공증사들이 맡게 된 거죠. 그만큼 공증사의 역사가 깊다고 할 수 있겠지요.
공증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 조건이 필요한가요?
우선 4년제 대학을 마쳐야 하고, 5년 이상의 직장 혹은 사업 경력이 요구됩니다. 법에 관련된 일이거나 부동산, 회계, 보험 쪽 종사자라면 더 좋습니다. 아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둘 점은 파산 경력자, 아니면 전과자 등은 공증사 시험에 도전하기 어렵습니다.
이후에는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죠?
공증사협회 심사 후 SFU 법학 대학원(Master of Arts in Applied Legal Studies)에 진학해야 합니다. 일반 로스쿨과는 다른 2년 과정의 석사 코스에요.
SFU가 유일한 교육기관인가요?
현재로선 그래요. SFU 법학 대학원을 나와야 공증사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지요. 3일 동안 총 여덟 과목에 대한 시험을 봐야 하는데, 일부 학생들 입장에서는 많이 버겁겠지요.
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공증사 자격증이 주어지나요?
아 시험 전에 중요한 게 하나 있어요. 지역사회의 리더 다섯 명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아야 합니다. 이 추천서는 의사, 정치인, 엔지니어 등 특정 직업 종사자만 써줄 수 있어요.
공증사 되는데 추천서가 굳이 왜 필요할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지역사회에 필요한 사람, 지역사회가 좋게 생각하는 사람을 공증사로 뽑겠다는 게, 추천서가 요구되는 배경이에요. 지역 주민들과 가장 친근한 거리에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사람, 그게 바로 공증사니까요.
“법을 몰라 손해 보는 경우 없었으면…”
공증사에 관심을 갖게 된 개인적인 계기 같은 게 있었을텐데요.
밴쿠버로 이민 온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요. 당시 부모님이 가게 하나를 운영하셨는데,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때론 법률 지식이 부족해서 손해를 보실 때가 더러 있었어요. 자식으로서 그 점이 좀 안타까웠던 것 같아요. 훗날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게 되면서, 법에 대해서 좀 공부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심어졌던 거죠.
지금은 어때요? 공증사가 되는 것, 옳은 선택이었습니까?
그럼요. 이 일에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공증 업무를 통해 어마어마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어요. 이익 내는 것에 집착하지도 않죠. 대신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큰데, 그런 면에서 이 직업이 제게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공증사로서 보람되는 순간이 있었을텐데요.
물론이죠. 우선 집을 사고 팔 때 챙겨야 할 기본 지식들이 있는데, 대부분은 이를 잘 모르세요. 특히 담보와 관련해서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는데, 제 조언 탓에 일이 말끔히 처리된 적이 있었어요. 그럴 땐 너무 기쁘죠.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 관련 헤택을 알려 줄 때도, 한국의 의대 졸업증 등을 공증해 줄 때도 뿌뜻한 마음이 듭니다.
어떤 업무가 가장 많나요?
꼭 한 가지만 꼬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워요. 부동산 매매 등기, 유언장 작성, 비즈니스 양도, 위임장 공증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굳이 얘기하자면 부동산 매매 등기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 같습니다. BC주 주택 거래량의 60%를 저희 공증사들이 처리하고 있으니까요.
부동산 판매자나 구매자가 공증사를 그렇게 많이 찾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서비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최병하씨는 현재 코퀴틀람시청 다문화 협의회에 소속돼 있다. 제도권 안에서 한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남을 도와주는 게 천성인 것 같다”며 “공증사도 그렇게 해서 시작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 인터뷰는 2016년 7월 8일에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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